[기자수첩]엔터사, 콘텐츠업계 '퀄컴' 돼라

[기자수첩]엔터사, 콘텐츠업계 '퀄컴' 돼라

이규창 기자
2007.07.06 14:10

CDMA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Qualcomm)은 한국의 이통산업 성장과 함께 작년까지 12년간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로부터 3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거둬들였다. 만약 퀄컴이 직접 휴대폰을 만들어 팔겠다고 나섰다면 한국에서 3조원을 벌 수 있었을까? 아마도 국내 업체와 소비자들의 반발로 통신방식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퀄컴은 원천기술을 개발·관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을 생산해 판매함으로써 '윈-윈'해왔다. 로열티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지만 여전히 전략적 파트너로서 퀄컴의 지위가 유지되는 이유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콘텐츠 업계의 '퀄컴'이 될 수 있다. '한류 시장'이라는 매력적인 수익원이 생겨 원천기술(저작권 등)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욕 때문에 스스로 기회를 망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거래업체에 적정이윤을 보장해주는 기본 상도의마저 망각한 행태로 인해 일본에서는 불과 1~2년 사이에 한국 관련 콘텐츠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기연예인을 찾는 수요가 늘면 활동을 늘리고 '몸값'도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영상, MD상품, 여행, 공연 및 이벤트 등 관련 사업의 수익을 모두 갖겠다고 요구하면 수요는 다른 공급처를 찾아 이동하게 마련이다.

'반한류'는 과욕을 부리는 한국 엔터사들에 대한 현지 업체의 반발이다. 일본을 방문하면 '한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공급이 끊겨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매니지먼트사가 방송제작에 손을 대고 제작사가 일본 내 배급유통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밥그릇'에 위협을 느낀 상대방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연예인의 몸값만 문제가 아니다. '한류 콘텐츠'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남의 밥그릇에 욕심을 내기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 업계가 배용준을 높이 사는 점은 그가 벌어들이는 규모 때문에 '눈총'을 받을지언정 과욕은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연가'와 '욘사마'라는 원천기술을 무분별하게 남용하지 않고 잘 관리했고 현지 파트너의 최소 이윤도 보장해준다. 광고모델 편수를 제한하되 모델료를 떼쓰듯 무리하게 인상하지도 않는다.

"배용준 만큼만 하고 배용준 만큼의 대우를 기대하라"는 지적은 한류시장에 관심을 둔 연예인이라면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엔터사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퀄컴이 되기도 어렵지만 퀄컴이 삼성전자가 되는 건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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