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尹금감, 금산분리 원칙 완화하되 재벌 지배는 금지해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내시장 개념에 기초한 독점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지난 5일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해서는 안된다는 금산(金産)분리 원칙을 강하게 비판한데 이은 또 다른 소신 발언인 셈이다.
윤 위원장은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66차 한경 밀레니엄 포럼 조찬 강연에서 “금융회사를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는 아마도 국내시장 개념에 기초한 독점규제일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규제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금융산업의 중요성과 글로벌 플레이어의 육성이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 개방으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국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고 경쟁을 위해서는 비슷한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위원장은 “금융 중개 활동은 금융회사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 수준에서 일정한 고정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금융회사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 금융이나 자기투자와 관련한 위험 인수를 위해서는 손실에 따른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적정 규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한 위험을 관리하고 필요한 전문 인력을 키우고 덩치 큰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확충이 선결돼야 한다”며 “금융산업 내에 이미 축적되어 있는 자본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확충에 활용해 나가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국제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요하고 인수합병(M&A)이 대형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시장 개념에 기초한 독점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인 셈.
윤 위원장은 금산분리 원칙 완화 문제에 대해서는 구제척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금산분리 철학을 살려 산업이 금융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소유는 허용하더라도 특정 재벌로 하여금 은행의 경영을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 금융회사의 민영화 방법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지분을 10%씩 소유하고 이런 컨소시엄이 3~4개가 나타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아놓은 (산업)자본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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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윤 위원장은 지난 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돈을 쓰지 못하도록 대못질을 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과 대우증권 민영화와 관련 "금융은 민간이 맡아야 한다"며 조기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정부의 기능은 최소화해야 하며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금융회사 운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운용 주체에 대해서는 “특정부처에서 특정 목적으로 접근하면 운용이 불합리하게 된다”며 “특정부처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신규 인·허가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시장 안정을 위해 일부 업종의 신규 인허가를 자제해 온 게 사실”이라며 “일부 업종에서는 신규 진입 제한이 오히려 금융회사간 자율적인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2009년 이전이라도 금융산업 발전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신규 진입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