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부채비율 완화 등 추진
"증권사 인수·합병(M&A) 활성화. 이를 통한 증권사 대형화". 정부가 이것을 정책 과제로 꼽은 것은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다.
인수하려는 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게 현재 증권사 M&A 시장의 구도다. 매물이 비싸서 인수 비용이 크고, 인수 후에도 세금 등에서 이득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증권사 M&A 활성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은 '세제'와 '금융 건전성', '인·허가'라는 3가지 민감한 문제가 함께 걸려 있어서였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18일 '제2차 금융허브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제2차 금융허브회의 안건'은 이 민감한 3가지에 손을 대서라도 증권사 M&A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증권사 M&A 활성화 대책은 이 3가지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 세제혜택 확대다.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날 "금융투자회사(현 증권사, 자산운용사) 간 M&A에 대해 세부담을 이연할 수 있는 특례요건의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증권사 간 합병 때 세제혜택 요건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제혜택 중에서도 이월결손금 승계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 법인세법상 1년 이상 계속 사업을 해온 국내 회사 간의 합병이고, 합병대가의 95% 이상이 주식일 경우에만 피합병 회사의 이월결손금 승계를 허용하는 등 세제혜택이 주어졌다"며 "금융투자회사에 대해 이 같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개 기업들은 부실한 기업을 M&A할 때 피합병 회사의 누적 결손금을 활용해 향후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것을 M&A의 주요한 이점 가운데 하나로 삼는다. 그러나 많은 주주들이 현금 보상을 원할 경우 합병대가의 95% 이상을 주식으로 내주지 못해 이 같은 세제혜택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합병에 대해 어떤 세제혜택 요건을 완화할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며 "합병시 세제혜택 요건 완화의 대상을 금융투자회사로 한정할지, 그 이상으로 확대할지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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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건전성 요건 완화다.금융감독위원회 박대동 금감위원은 이날 "현재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부채비율이 200% 이내여야 한다"며 "이를 300% 이내로 완화해 증권사 인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건전성 규제'마저도 증권사 M&A 활성화를 위해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감독당국은 증권사 외에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분야의 M&A를 제한하는 규정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셋째 인·허가 문턱 낮추기다.증권사 간 M&A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매물이 비싸서다. 그 주된 원인이 증권업 '라이센스'(면허) 값이다.
최근 감독당국의 규제로 새롭게 증권사를 차리기 어렵게 되자 기존 증권사들의 라이센스 값이 크게 뛰었다. 증권사 간 과당경쟁을 이유로 감독당국이 신규 증권업 진출을 억제해 와서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증권사 수는 총 53개. 증권사를 더 늘리면 경쟁 격화로 증권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게 지금까지 감독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증권사 M&A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의 몸값을 낮추려면 신규 진입의 문턱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최근 인·허가 정책의 선회가 이뤄졌다.
감독당국은 또 '증권사 몸값 낮추기' 차원에서 증권사에 대해 퇴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 '매물'을 늘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