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주가를 보며 속이 타는 건 매수 기회를 엿보는 '늦깍이' 잠재투자자만이 아니다. 정부도 그렇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주식시장이 한 순간 풀썩 주저 앉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주식시장에 개인 신용이 잔뜩 끼어있는 탓이다.
적어도 금융정책 만큼은 '합격점'을 받아놓은 참여정부이기에 '막판 역전골'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주가 급락이 아니라 '급등'을 놓고 구두개입에 나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거듭 연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19일 주식시장과 관련, "단기적인 급등 장세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였다.
지난 16~18일 주식시장의 조정을 염두해둔 듯 김 차관은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과도한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의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20포인트 오른 1937.90으로 상승 마감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가 급등의 위험에 대해 경고를 던진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시작은 지난달 21일이었다. 당시에도 김 차관이었다. 그는 당시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주식시장이 기업실적 개선이나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빨리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금리상승과 중국 증시 과열, 엔캐리 자금 이탈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의 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가 주식시장에 구두개입을 한 적은 있지만, 대개 주가가 급락할 때 였다"며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놓고 정부가 경고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가 급등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개인 신용'이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주식시장에 투입된 신용융자 잔액은 총 6조16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신용 문제만 없다면 주가 급등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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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주가 급락이 곧 '채무' 문제로 비화된다는게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김 차관이 이날 "개인 신용거래 등 주식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용융자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도 반영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제2차 금융허브회의'에서 "개인들이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점검해달라"고 당국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최근 정부의 잇따른 증시 구두개입에는 정부내 '대표적 개입론자'로 꼽히는 김 차관의 스타일도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차관은 최근 "어차피 관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소신대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