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꾸로 가는 금융당국 '혁신'

[기자수첩]거꾸로 가는 금융당국 '혁신'

서명훈 기자
2007.08.16 16:42

9시15분 “보고 받고 계십니다”

9시30분 “자리에 안 계십니다”

9시50분 “회의 가셨습니다”

16일 아침 주식시장 폭락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들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금융감독당국에는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보니 전화통화가 힘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10시로 예정된 혁신 우수사례 발표대회 때문. 의무 참석대상자는 발표자와 금감위·원 간부였지만 김용덕 위원장 취임 이후 첫 행사다보니 직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코스피 지수가 100포인트 가량 폭락하고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모두 사이트카가 발동될 때 금융감독당국의 관심은 딴 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셈이다. 무엇을 위한 혁신이고 어디로 가는 혁신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이번 혁신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증권감독국이 ‘외국인 투자등록업무 전면 전산화’로 1등을 차지한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감독당국에 증권분야에만 수백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연출된 데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담당팀장은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을 피하고 담당국장은 자리를 비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선진화방안대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공보실을 통하고 담당자의 대답을 듣기까지 서너시간은 족히 걸리기 마련이다. 수십조원의 돈이 날아가는 동안 투자자는 금융당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어제부터 금감원 기자실도 공사에 착수했다.

참여정부가 내세운 ‘혁신’과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의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절감할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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