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리인하 능사 아니다

[기자수첩]금리인하 능사 아니다

김유림 기자
2007.08.23 17:03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 위기가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개입에 힘입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호주 중앙은행(RBA) 등은 2주전부터 시중 은행간 콜금리가 기준 금리를 상회하면 즉시 채권 입찰을 통해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 시장 불안과 투자자들의 패닉을 막기 위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발빠르고 기민하게 대처했다는 평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의 금리 인하만이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유동성 공급이나 재할인율 인하 정책은 긴급 수혈이나 링거 처방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뒷받침돼 있다.

일부에서는 학자 출신 버냉키가 시장과 한 몸 같이 움직였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유연성을 못 갖춰 위기에 늦게 대응했다는 비난마저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루키의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잉 유동성에서 초래된 문제를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해 해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를 둘러싼 논란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스스로 위험을 선택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의 실책을 중앙은행이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은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번 신용 위기의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자체가 처음 모럴해저드의 싹이 뿌려진 곳이었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발행된 미국 전체 모기지 채권 가운데 35%는 서브프라임 상품이었다. 지난 2003년만 해도 이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2000년 들어 닷컴붕괴와 엔론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자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이와 반대로 급속도로 낮아졌다.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던 모기지 대출 시장은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빌려주기에 이르렀고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모기지 채권을 경쟁적으로 매입해 유동화시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파생상품이 금융 시장의 모럴해저드를 부풀리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파생상품이 없는 시장에서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는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가 명확해 채권자 쪽에서 부실 위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위험이 세분화돼 그 위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역시 세분화될 경우 위험에 대한 감시 체계는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이 쉽게 대출금을 조달하고 대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파생상품의 발달과 관련 깊다. 이번 기회를 파생상품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약세장 예측력이 탁월한 '닥터 둠' 마크 파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 조치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그는 "FRB의 재할인율 인하는 정당하지 못한 현재 시장 상황을 방해하는 것과 같다"면서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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