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파동으로 금지되었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자마자 미국 쇠고기가 우리 시장에서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팔렸다. 수요가 넘치자 한 사람당 일정량만을 한정판매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우 갈비 한대에 3만원을 초과하는 현실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일반의 선호는 매우 뚜렷한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후생보다는 축산 농가 보호에 역점을 두면서 쇠고기에 관한한 다소 보호주의적 정책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정부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언급도 같은 맥락의 엄포쯤으로 여겨져 아예 국민들로부터 외면되고 있다.
또한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되어 생긴 틈새의 일부는 대량으로 수입된 저질의 중국산 쇠고기 통조림이 '매운 양푼 갈비찜”' 등의 이름으로 메웠다. 요컨대 미국산 쇠고기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일 미국산 쇠고기에서 또 다시 갈비뼈가 발견돼 해당 작업장에 대해 수출 승인이 취소됐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갈비통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아니기 때문에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의식해 미국에 너무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는 농민단체 등의 비판도 거세다.
그런데 8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문제가 제기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건은 1995년 미국과 EC(현 EU)사이의 쇠고기 호르몬 사례(Beef Hormones Case)로 특정 성장촉진 호르몬을 투여하여 사육한 미국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EC의 조치를 미국이 다투어 WTO에 제소한 사건이다.
WTO는 관세만을 무역장벽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여하한 수량적 수입제한은 일단 GATT 제11조 위반이다. 다만 국민 건강을 이유로 한 수입규제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나 이것이 보호무역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WTO는 위생적 이유에 의한 수입규제 조치를 위생(SPS)협정을 통해 규율하고 있다.
당시 WTO 패널은 호르몬을 투여하여 사육된 미국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한 EC의 조치에 대하여 EC는 과학적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으므로 위생협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고 상소기구도 같은 결론은 인용하였다.
위생적 수입규제조치는 인간의 생명 등에 관한 위험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뒤, 그 평가에 따라 과학적 원칙 및 증거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한다고 WTO 위생협정은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생에 대한 국제기준이 존재하는 사항에 관해서는 위생조치가 그 기준에 부합하면 별도의 과학적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계없이 동 협정에 합치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쇠고기 위생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 5월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하여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였기 때문에 현재 우리 정부가 “뼈 없는 쇠고기”만의 수입을 계속 주장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쇠고기 시장개방 압력은 소의 연령제한과 뼈 등 특정부위 수입금지 등 이중적 제한을 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등에 대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미국 소의 연령제한과 뼈의 수입금지와 광우병 위험성의 관계, 예컨대 발병 가능성 등에 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설명이나 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만일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규제는 불필요한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의 농산물에 대한 정책도 보호주의적 틀에서 벗어나 무역 강국이며 WTO창설 회원국에 합당한 자세를 취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아울러 농민단체나 환경시민단체들도 선동이나 반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국제규범에 입각하여 그들의 주장을 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우리 축산농민조직 등을 활용 미국에 대규모 한우 농장들을 건설해서 한우 브랜드 쇠고기를 생산 수입하면 어떨까? 향후 한미 FTA의 체결로 예상되는 미국 농산물의 수입증가에 대해서 방어적으로만 대처하거나 농업보조금의 지급 등의 무마책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