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미국땅에서 노숙하게 생겼다. 홈스테이하던 집에서 쫓겨나서 방 구할 때까지 친구집 전전해야돼. 너 아는 사람 중에 방 많은 집주인 없냐?"
사정은 이렇다. 2년 전 미국에 유학간 친구는 지금까지 미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그런데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발생하고 신용 경색이 심화하면서 주인집이 압류 처분된 것. 주인이 밖에 나앉게 생겼으니 하숙생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신용 경색은 현재진행형이고 서브프라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선 서브프라임 부실에 일조한 퀀트펀드들이 받드는 '계량'적 수치들이 속속 공개되며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2분기 압류 처분된 주택 비율은 0.6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모기지 연체율도 전년동기대비 0.75% 늘어난 5.12%에 달했다.
실물 경제도 서브프라임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8월 고용지표는 10만명이 늘어날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4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소비자신뢰지수도 전월 111.9보다 6.9포인트 하락한 105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지적된 대로 금리 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이 아니라 주택 시장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일련의 서민 구제방안은 사후약방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서민들이 자기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예방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이틀 전 친구에게서 다시 이메일이 왔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서너명이 모여 작지만 아늑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친구가 다시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