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안보 위기, 실질적 행동 나설 때

[기고]에너지 안보 위기, 실질적 행동 나설 때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2026.04.28 05:00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최근 리터당 수백 원씩 오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먼 나라의 총성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주유소에서 느끼는 이 당혹감이 조만간 우리 집과 회사, 공장 등 삶의 터전까지 옮겨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흔히 주유소 기름값과 전기요금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의 94%를 수입하는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만드는 주된 원료인 유류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고공행진은 곧바로 전력 생산비용을 수직 상승시킨다. 실제로 전국적인 비로 태양광 발전이 부진해 LNG 발전이 늘어났던 지난 4월 9일 전력도매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132.58원을 기록하며 지난 12월 90.43원과 비교해 불과 4개월 만에 47%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수치조차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SMP는 전쟁 발발 전의 낮은 연료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비싸게 확보한 LNG 물량이 발전기에 투입되는 5월 이후에는, 전력 도매가격이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진정한 에너지 안보란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이를 흡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힘이다. 2022년 러-우 전쟁 당시 SMP가 3배 가까이 폭등하며 겪었던 혼란을 상기해 보면 지금의 상황은 그때의 데자뷔를 넘어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연료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기업, 가계 등이 소비하는 가격은 싸게 유지된다면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돼 에너지 안보 체계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비싼 전기를 싸게 누리는 대가는 결국 공적 자금의 투입이나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전국민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한전, 발전사, 산업계,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신호를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해 자발적인 소비 절약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차량 운행을 줄이고 아껴 쓰듯, 전기 역시 그 생산 비용에 맞는 적정한 요금체계를 통해 아껴 써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국민 또한 비싼 전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전등을 끄고 오래된 가전과 설비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는 등의 작은 실천을 모아야 치솟는 에너지 가격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 축으로 집약된다. 첫째는 공급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정상화이며 둘째는 전 국민의 절실한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 사용이다. 요금체계가 제자리를 찾아야 소비자가 에너지를 아껴 쓸 유인을 갖게 되고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구조적 전환이 가능해진다.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애국적 실천의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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