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인하에 재할금리까지 동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이 시장의 예상보다 한발 더나간 '통 큰 인하'로 기선제압을 노렸다.
이번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버냉키 의장이 취임 20개월만에 맞는 가장 큰 시험이었다. 버냉키 취임이후 열린 정기 FOMC에서 연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깜짝쇼라고 해봤자 지난달 예정에 없이 재할인금리를 인하한 것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시장에서도 기금 금리 0.25%포인트인하, 0.50%포인트인하, 동결, 0.25%포인트+재할인금리 등 4가지 답안을 놓고 버냉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분석이 난무했다.
이번 FOMC를 통해 두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게 연준의 고민이었다.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잠재워야 하는 것이다.버냉키의장 개인으로서는 그같은 운영의 묘와 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그늘에서 벗어날수 있을지를 시험받는 무대였다.
버냉키 의장은 가장 어렵고, 예상하기 어려웠던 선택을 했다는게 월가의 평가이다.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재할인금리까지 보너스로 인하한 것이다. 그것도 0.25%포인트가 아니라 둘다 0.5%포인트를 인하함으로써 연준이 시장 안정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연준이 쉽사리 0.5% 금리인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게 당초 월가의 다수의견이었다.
고수익을 좇아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고위험 시장에 뛰어든 금융회사와 채무자들을 중앙은행이 조기에 구제해주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심화시킨다는게 외부는 물론 연준 내부에서도 제기된 지적이었다.
몇몇 경기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심리적으로는 과감한 금리인하가 역으로 "미국경제가 '리세션'에 돌입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줄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버냉키 의장이 과감한 '더블-하프 포인트'인하에 나선것은 FOMC성명에서도 밝혔듯 '선제적인' 통화정책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심리적-실질적 효과를 모두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에 그칠 경우 투자자들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도 거두지 못한채 내달 FOMC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질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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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도 0.25%포인트 인하에 그칠경우 시장경색이 일어난 지난 8월 이전수준으로 리보를 비롯한 시장 금리를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이 감안될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미국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했다"는 대목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과감한 금리인하가 가져올 심리적 역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진 수단이 재할인금리. 재할인 금리는 전통적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으로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달 연준이 재할인금리를 인하한 것도 연방기금 금리를 내리지 않고 시장에 '시그널'을 줄수 있는 상징적 수단을 동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버냉키의장은 연방기금 금리와 함께 재할인 금리를 0.5%포인트 인하 5.25%로 낮춤으로써 재할인금리를 통화정책수단으로 격상시켰다.
연방기금금리와의 격차가 0.5%포인트로 줄어듬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연방은행 창구를 보다 활발히 활용함으로써 유동성 공급 효과를 노릴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8시30분, 회의를 시작해 오후 2시15분까지 0.25냐 0.50이냐를 놓고 마지막까지 격론을 벌였을 FOMC 위원들에게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 등 변수가 금리인하 논리를 강화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전달에 비해 1.4% 하락, 월가의 예상치 (0.4%)를 밑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랐다고 하지만 정책판단의 근거인 PPI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마지막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0.5%포인트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벌써부터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FOMC에 주목하고 있다. 8월 이전 수준으로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1% 포인트까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씩 인하한데다, "여전히 일부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다(some inflation risks remain)"는
판단을 성명서에 포함시킨 만큼 명백한 지표악화 없이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게 월가의 전반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