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이례적 혼선이 발생하며 한강변 핵심 정비사업 중 하나가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최근 성수4지구 조합은 입찰 마감 하루 만에 대우건설의 서류 미비와 입찰지침 위반을 이유로 유찰을 결정했고 곧바로 재입찰 공고를 냈다가 이를 다시 취소했다. 대형 정비사업 과정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 절차 번복이다.
성수4지구 조합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공개하고 시공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홍보행위 제한 규정과 입찰지침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불공정 홍보행위 금지 통지와 쉼터 운영 관련 경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엄중 경고 등 총 8차례 공문을 통해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동일 행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고시와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조합 입찰지침에 따라 개별 홍보와 사은품 제공, 별도 공간 운영 등이 일체 금지돼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대우건설의 설명은 다르다. 대우건설은 유찰 결정 자체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입찰 서류는 법령과 지침에 맞춰 제출됐고 조합측이 문제로 제기한 대안설계 계획서는 필수 서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찰 사유로 보기 어려운 사안을 들어 절차를 중단한 조합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과 성수4지구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건설 측은 양측의 충돌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롯데건설은 조합이 사전에 공지한 입찰지침과 관련 법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이다. 조합이 지난해 12월 배포한 입찰지침서에는 '입찰참여 신청 서류' 14번 항목으로 대안설계 계획서 1부(밀봉, 설계도면 및 산출내역서 첨부)를 명시했고 이에 따라 모든 필수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했다는 것. 롯데건설 측은 입찰 서류는 양사와 조합이 입회한 가운데 접수 확인을 거쳐 접수증을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조합이 주장하는 입찰서류 미비가 유찰 결정을 내릴 정도의 중대한 사유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입찰 서류에 일부 미비점이 있더라도 조합에서 업체에 보완 요청을 하는 등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수4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내에서도 한강 조망과 입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알짜' 사업지이자 1조400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한강변에 위치한 성수4지구 정비사업은 일대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려낸다는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자기 브랜드의 아파트를 짓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상당한 만큼 대형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었다.
이번 상황은 성수4지구 정비사업자 선정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찰 결정과 재입찰 공고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공고 취소 등 조합의 이례적 행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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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500억원의 입찰보증금 처리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입찰 마감 전 5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현금으로 완납한 상태다. 만약 조합이 대우건설의 보증금 몰취를 추진할 경우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처분이나 본안 소송이 제기되면 시공사 선정 절차는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정비사업 특성상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의 전제가 되는 핵심 단계다. 이 과정이 지연되면 금융비용 증가와 조합원 분담금 변동 등 사업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소송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더라도 일정 지연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긴 힘들다. 조합이 다시 유찰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찰 결정을 재확인하려면 대의원회, 총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재입찰을 공고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하는 데만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현재 단계에서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가면 상반기 내 시공사 선정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총회 과정에서 조합원 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수4지구는 애초 대형사 간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조건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기대감이 컸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경쟁 입찰 구도를 유지해야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법적 공방이 더해지면 연내 선정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로 정비사업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일정 차질은 조합원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