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밑그림 윤곽, 소유한도·인수자 모두 단계적 확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대해 우선적으로 은행 지분 소유를 허용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데 이어 인수자 역시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계적 완화 방식은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한꺼번에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설득하는데도 유리하다. ‘실용’을 중시하는 이 당선자의 정책 방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이 당선자 측은 현재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의결권)를 우선 10%로 확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15%까지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12월26일자 1면 "대기업 은행 소유한도 4%→10%→15%" 기사 참조)
이 당선자측 핵심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본이 튼튼해야 한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기금에 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이지 금융회사를 재벌에 넘기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감독을 튼튼히 하면서 점진적으로 간다(완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국민연금 역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돼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비금융회사 지분이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이 2조원을 넘는 경우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비금융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2조원을 넘거나 전체 투자금액의 25% 이상인 경우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되는 셈이다.
11월말 현재 국민연금은 전체 218조원 가운데 38조4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국민연금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4개 기업에서 5대 주주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당선자측이 금산분리 완화 첫 수혜자로 국민연금을 선택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은행 지분인수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국민연금이 은행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영에 간섭하기 어렵고 부당 대출 압력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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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행의 경우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어 매력적인 장기 투자대상이다. 은행 지분 인수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지게 되면 그 혜택이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합당한 명분을 제공해 준다.
또한 대기업에게 문호를 개방하더라도 은행 지분 확보에 나설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지주의 지분 1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조원이 넘는 거금이 필요하다. 하나지주 역시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같이 막대한 자금을 베팅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신 외국 산업자본이 국내로 들어와 은행지분을 입도선매할 가능성이 더 높다. 국내 금융시장을 외국인에게 고스란히 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