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펀드 '은행소유 허용' 검토
연기금이나 펀드에 은행 지분 확대를 우선 허용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의 방침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마땅한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해 정부 지분 매각이 지연돼왔고, 대안의 하나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5조3143억원이다. 우리금융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분 51%를 사기 위해선 7조원 이상이 든다. 우리금융 지분 73%를 보유 중인 예금보험공사는 23%를 우선 매각하고, 나머지 '50%+1주'는 전략적투자자에게 넘기기로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덩치가 커지다보니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었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으로 자금력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의 인수가 힘들고, 국민 정서상 해외자본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매각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력하게 나온 대안이 국민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과 다른 연기금, 기관투자가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국내 주주층을 형성하고 나머지는 장기 재무적투자를 하는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유치하는 형태다.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도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중 10~15%를 국민연금에 넘기는 것을 축으로 한 민영화 방식을 거론해왔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당선자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고 있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도 연기금을 활용한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일이 있다.
이 방안이 진척되지 못한 것은 현행 법의 제약 때문이다. 연기금도 비금융 주력자로 분류돼 산업자본처럼 4%, 10% 넘게 은행 지분을 취득할 때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10월 말 박 회장이 출입기자들과 계룡산 등반을 하면서 "연기금·펀드 등은 비금융 주력자 대상에서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당선자가 금산분리 완화 차원에서 연기금·펀드의 은행 소유 허용을 확정할 경우 연기금을 활용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의 직접적인 장애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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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연기금이 산업자본보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정서적 반발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며 "아울러 실현 가능한 방안이란 점에서 매각(민영화)이 좀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민연금이 상당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직접 경영권을 행하기 보다는 다른 지분들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구도로 매각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전략적 투자자가 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정부 지배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