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임상실험의 호들갑

[기자수첩]한국 임상실험의 호들갑

신수영 기자
2007.12.31 08:04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및 약효시험에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얼마전 시작한 임상결과도 좋다. 해외 대행기관이 깜짝 놀랄 정도라고 한다.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신약개발사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확신에 차 있었고, 그 확신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제품 하나로 글로벌 바이오테크 회사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는 듯 싶더니 강하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몇달전 다국적 제약사 아시아태평양지역 임상총괄 임원과의 만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 숫자를 물었더니 "너무 많아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리곤 바로 노트북에 엑셀표를 띄우더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00개를 훨씬 넘어선 즈음에서 그는 머리를 들었다. '더 세야하나'라는 물음이었다.

임상시험도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했다. 항암제 하나에도 수많은 적응증을 중심으로 임상을 진행했고, 경쟁제품인 A제품을 쓴 경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임상, 가장 대중적인 B제품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던 환자에 대한 임상 등 매우 세분화된 임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임상에 왜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지를 알 만 했다.

이제 막 임상에 들어간 제품에 대해 성공을 확신한 국내 연구진의 호들갑은 여기서 한숨으로 변했다. 임상에 성공한다 해도 공정개발과 생산 단계가 남아있고, 상품화에 성공했다고 해도 마케팅에서 또 성공해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신약개발 확률은 '1만분의 1'이라고 한다. 100개, 1000개를 진행해도 실패할 수 있고, 1개를 진행해서 운좋게 성공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도전정신도 좋지만 무식하기에 용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회사 사장은 이같은 말을 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임상초기에서부터 제품을 밖에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임상초기에는 오히려 비밀을 유지, 경쟁을 막는 것이 회사에 유리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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