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 군인 대통령 보다야 CEO 출신 대통령이 낫지 않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9일 이명박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각계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권의 기대는 남다르다. 금융업의 성격상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탓이다.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이에 부응하듯 당선자측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에서도 금융관련 정책들이 일찌감치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다. 현재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의결권)를 10%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궁극적으로 15%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심도깊게 논의하고 있다.
산업은행, 우리금융 등 정부 소유은행의 민영화 의지도 강해 보인다. 금산 분리 완화를 통해 국내 자본의 인수 기회를 높인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된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정책 제언이 쏟아진다.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개편할 '금융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해외 진출 등을 위해 우리금융의 조기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업계의 개선 요구와 당선자측의 개혁 의지가 맞물리면서 금방이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이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초기 개혁 의지가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 됐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새 '관의 논리'가 정권에 스며들고 시장 논리가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금융권이 CEO 출신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말만 무성한 논쟁보다는 성과를 내는 실천력, 'MB시대' 금융산업의 도약을 기약해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