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IT마인드, MB와 '엇박자'?

인수위의 IT마인드, MB와 '엇박자'?

윤미경 기자
2008.01.10 14:16

이 당선인 "최강 디지털국가 육성"..인수위, IT기능 분산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중소벤처기업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고급인력 1만명, 전문인력 10만명을 양성할 것" (이명박 당선인 후보시절 IT정책포럼 토론회에서)

"일 못하니까 통폐합 주장이 나오는 거다. 공무원들이 남은 어떻게 되던 나만 살아남겠다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8개 부처를 14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정보통신부 정책기능을 산업자원부와 문화관광부,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시킬 것으로 알려지자, 정통부는 물론 IT업계 전체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IT부처를 없애서 IT벤처육성?"

인수위의 이같은 부처 조각은 이명박 당선인이 그동안 밝혀왔던 IT산업 육성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IT업계는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공청회라도 한번 했으면 업계의 충격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IT산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분위기"라며 걱정했다.

또다른 벤처기업 사장은 "IT산업이 클 수 있도록 방송과 통신, IT산업정책기능이 합쳐진 조직이 출범해야 한다"면서 "굴뚝기업을 육성했던 마인드를 가진 산자부에 정통부를 밀어넣어 큰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정부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벤처기업 사장들이 인수위의 정통부 폐지방안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이 그동안 밝혀왔던 IT산업 육성정책과 인수위의 부처 조각이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대한민국을 세계 최강 디지털 국가로 만들겠다'면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던 터였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10만명 육성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발언도 결국 중소벤처 육성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당선인이 그동안 밝힌대로 IT산업을 육성하려면 IT부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벤처기업을 육성시킬 수 있고,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세계 최강의 디지털 국가로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IT산업은 일반 제조기업같은 굴뚝산업과 달리, 항상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한 기술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표준화를 주도해야 한다. 국산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되면 세계 각국에 제품을 팔 수 있고, 기술로열티도 생긴다.

또, IT분야는 비단 장비시장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서비스 시장이 열리고, 서비스 시장이 열려야 장비시장과 콘텐츠, 플랫폼같은 부수적인 시장도 생성된다. 고속도로부터 만들어야 사람과 물건을 실은 자동차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IT기능 분산으로 부처간 다툼 더 커져

그런데 인수위가 내놓은 부처 조각은 오히려 IT분야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통부에서 총괄했던 IT정책기능을 산자부, 문광부, 새로 신설될 방송통신위원회로 각각 분산시키면, 일관된 IT정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처간 다툼의 소지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산자부와 문광부, 방통위원회는 IT분야를 놓고 늘 밥그릇 싸움을 벌일 것이고, 대부처주의에 빠져 일관된 IT정책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일례로,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진흥정책을 산자부에서 마련한다면, 방통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 해킹문제 등에 따른 부작용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 정책이 충돌할 수밖에 없고, 모든 사안마다 이를 조율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놓고 4년 이상 끌었던 것도 소관기관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올 6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OECD 장관회의에 누가 참석해야 하는가다. 아시아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큰 행사지만, 누가 참석해야 하는지 모호해진다. 더구나 이때 참석하는 장관은 IT육성정책뿐 아니라 인터넷이 가져다줄 사회변화나 개인정보보호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내용도 모르고 참석했다간 국제적 망신만 당할 우려가 있다.

영국,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지난해부터 IT부처 기능을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변화된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우리의 산자부 역할을 했던 DTI를 기업규제개혁본부(BERR)로 지난해 확대 개편하면서 산하에 규제기관인 OFCOM을 배치시켰다. 호주 역시 지난해 12월 방송과 통신, 콘텐츠 등을 한데 아우른 조직을 만들었고, 일본도 정보통신성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선진국은 통합하는데 우리는 폐지?

전세계에서 '정보통신부'를 가장 먼저 만든 우리나라가 이제 전세계 40개국에서 존재하는 IT부처를 아예 없애버리면, 이명박 당선인이 강조했던 '세계 최강의 디지털 국가'를 실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사실 정통부는 이미 방통위원회 출범을 합의하면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IT정책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시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산자부와 통합하든, 문광부와 통합하든 IT정책을 일관되게 수립할 수 있도록 한 조직내에 기능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서승모 IT벤처기업연합회장이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 회장은 "벤처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제품화해도 팔 시장이 없어서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IT정책기능을 각 부처로 분산시켜서 발생하는 정책 혼선으로 결국 중소벤처기업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그동안 주장했던 것과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을 놓고 일각에선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인수위원들의 IT마인드가 이명박 당선인보다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면서 "IT가 전산업에 스며드는 추세기 때문에 더더욱 정책기능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인수위 방안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을 보면 IT마인드가 부족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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