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장중 내내 내리막길을 달리던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 발표 이후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인텔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낙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일대비 34.95포인트(0.3%) 떨어진 1만2466.16을, S&P500지수는 7.75포인트(0.6%) 밀린 1373.2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3포인트(0.95%) 내린 2394.59로 거래를 마쳤다.
◇ 베이지북, "美 연말 경기 둔화"
FRB는 이날 미 경제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해 연말 경제가 이전보다 둔화됐으며 소비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식료품 및 에너지 부문의 물가 상승은 광범위하게 나타난 반면 임금 상승은 완만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지북 발표 후 FRB가 이달 말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둔화돼 금리 인하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제프리스앤코의 수석 마켓 스트래지스트인 아트 호간은 "이날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왜 FRB가 이달 말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며 예정보다 FRB가 금리를 빨리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인텔 악재, 기술주 줄줄이 하락
이날 최대 복병은 전날 장 마감 후 실망감을 안겨 준 인텔이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월가 예상치를 밑도는 4분기 순익을 발표했고 1분기 매출도 94억~1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T 대표주자인 인텔의 부진으로 올해 증시의 버팀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술주는 힘업이 내려앉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기술주까지 무너지자 글로벌 증시 조정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이 여파로 델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동반 하락했다. 이날 증시 하락의 장본인인 인텔은 12% 넘게 폭락했다.
◇JP모간-웰스파고, 실적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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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전 실적을 공개한 JP모간체이스는 6% 넘게 급등하며 다우지수 낙폭을 제한했다. JP모간의 순익은 감소했으나 다른 은행에 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JP모간의 4분기 순익은 29억7000만달러(주당 86센트)로 전년동기 45억3000만달러(주당 1.26달러)에서 34% 줄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 주당 순익 92센트를 밑도는 결과다.
웰스파고의 주가도 상승했다. 웰스파고의 4분기 순익은 13억6000만달러(주당 41센트)로 전년동기 21억8000만달러(주당 64센트)보다 38% 감소했다.
미국 2위 채권 보증업체인 암박 파이낸셜 그룹은 급락했다. 암박은 4분기 주당 최고 32.83달러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배당금을 67%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3위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은 BEA 시스템스를 85억달러(주당 19.375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BEA 마감가 15.58달러보다 24% 높은 가격이다.
◇ 물가-생산지표 양호
이날 공개된 경제 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3%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 0.2%를 소폭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동월 핵심 CPI는 전월대비 0.2%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전월엔 0.3% 상승했었다.
CPI가 전월보다 둔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 인하를 두고 큰 고민을 덜게 됐다. 인플레 우려가 가신 것은 아니지만 이날 지표는 FRB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데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12월 산업생산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예상을 뒤엎고 보합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산업생산이 0.2%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 유가 4주래 최저, 달러 상승
미국의 지난 주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증가하면서 국제유가는 4주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1.09달러(1.2%) 하락한 배럴당 90.81달러로 정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89.26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미 에너지 정보국(EIA)은 지난 11일 마감한 한 주간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주대비 426만배럴 늘어난 2억871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9주만에 첫 증가세다.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급락세를 보였다.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의 발언에 ECB가 금리 인하로 통화 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후 2시 4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달러당 1.4678달러로 전일대비 0.85% 하락했다. 전날 유로화는 ECB가 금리를 동결 혹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1.4922달러까지 올랐었다.
엔화에 대해선 157.05엔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