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깊고 환매 늘어 현금확보… 상반기 수익률 방어에 치중
이 기사는 01월23일(11:3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이 올들어 주식 편입비율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의 조정폭이 깊어지고 펀드 환매가 늘면서 주식보다 현금을 확보하려는 보수적 운용으로 돌아선 탓이다.
일부 연기금도 상반기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올해 주식투자 계획을 2분기 이후로 늦추는 등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전체 주식형펀드(공모)의 주식 편입비율(17일 기준)은 92.23%로 조사됐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2085.45)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1일 전체 주식형펀드의 주식 편입비율 93.71%에 비해 내려갔다.
주식편입비율은 지난해 12월14일 92.78%, 지난 2일 92.63%에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월별로 비교하면 주식 편입비율은 지난해 8월초(90.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론 주가가 하락하면 가만히 있어도 주식편입비율이 하락한다. 예컨대 주식과 현금을 각각 90%와 10% 갖고 있을 경우 주가가 20% 떨어지면 주식투자비중은 87.8%로 2.2%포인트 줄어든다.(한국펀드평가 시뮬레이션)
그러나 통상 운용사들은 펀드의 주식투자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식 비중이 자연스레 감소할 경우 원래 수준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주식투자를 늘린다"면서 "주식가격이 떨어져 주식 편입비율이 감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주식 투자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추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는 것은 최근 환매 압박을 받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70조4303억원으로 전일대비 488억원 순감소했다. 올들어 첫 순유출을 기록한 것. 지수가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면서 자금 유입이 주춤한 반면 이익실현성 환매가 몰렸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든 요인이란 분석이다.
운용사 '간판'펀드 주식비중 낮춘 흔적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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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의 대표 주식형펀드의 자산배분 현황을 보면 주식 편입비율을 낮춘 흔적이 더욱 선명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주식형K-2클래스 A'(수탁액 2조4479억원)는 17일 현재 전체 자산의 91.99 %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유동성 자산 8.01%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주식형펀드의 평균 주식 편입비율(92.23%)보다 낮다.
반면 수탁액이 3조109억원에 달하는 '공룡펀드'인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3클래스-A'의 주식 편입비율은 92.87%로 평균치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 펀드는 지난 2006년 4월중 주식 편입비율이 99.9%였을 만큼 모든 자산을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사상 최고점을 찍은 10월31일 주식 편입비율인 93.52%보다 낮아졌다. 조정에 들어간 다음날(11월1일)부터 편입비율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KB자산운용의 '광개토주식'의 주식 편입비율은 84.40%, 유동성 자산 13.6%이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 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3조7655억원)의 주식편입비율은 92.41%로 최근들어 감소 추세에 있다.
투신권의 순매수 규모를 살펴보면, 올들어 투신권(21일 기준)은 3539억원 순매수를 기록, 하루 평균 253억원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 달간 투신권에서 순매수한 금액 1조1380억원(일 평균 517억원)과 12월 9750억원(일 평균 542억원)을 기록했을 때 보다 매수세가 수그러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위 간판펀드는 자산운용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서 "약세장에선 보통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이나 개별 종목의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급락할 경우 주식 투자를 줄여 수익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부 연기금 주식 투자시기 지연
사학연금관리공단은 올해 짜 놓은 자산배분안에서 주식 투자 시기를 하반기께로 늦출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 사학연금의 전체 자산총액은 7조200억원(2007년 결산 확정 이전을 근거로 한 잠정치)이며 이 중 20%(전년도 16%)인 1조4000억원 가량을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직접 주식운용액은 7053억원 수준.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조정을 예상해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절해 오고 있었다"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의 부실 규모가 윤곽이 드러날 시점인 2분기 이후까지 추가적인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는 것은 올 1분기에 상대적으로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며 "지수의 바닥을 가늠할 시기가 오기전까지 보수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도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주 700~800억원 가량을 주식투자를 위해 4개 운용사에 자금을 집행했으며 올해 예금자산 가운데 주식투자 비중을 3%내외인 1조 2000~300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예금 40조원, 보험 20조원 등 총 60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큰 손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짠 자산운용계획을 토대로 1월 중 증시 하락을 기회로 자금 집행에 나섰다"면서 "국내 증시가 상반기에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여 자산운용사에게 당분간 관망하거나 보수적 운용을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자산운용사에게 1인 단독 사모펀드로 위탁운용을 맡기지 않고 모두 투자 일임계약을 주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