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손에 잡히겠어요? 자칫하면 밀려나서 대운하로 땅 파러 갈지도 모르는 판에···"
한 재정경제부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요즘 재경부는 뒤숭숭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인력감축, 기획예산처 통합, 금융정책국 분리 방안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특히 기획처 통합과 인력감축은 자리와 직결된 문제다. 총무 인사 홍보 등 지원조직은 특히 심하다. 지원조직의 경우 피흡수 대상 인원 수의 75%를 감축한다는 게 인수의 방침이다. 사업조직은 10%가 감축된다.
여기에 경제규제 50건당 공무원 1%를 줄여야 한다. 경제규제 350건을 소관하는 재경부는 규제 때문에 인력의 7%가 추가로 감축된다. 종합하면 재경부 공무원 가운데 약 15∼20%의 자리가 위태로운 셈이다. 감축 대상 공무원은 대운하 등 국책사업에 투입한다는 게 인수위의 복안이다.
기획처와의 통합에 따른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재경부 공무원들 스스로도 대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규제 건수에 따른 인력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불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동안 금융정책을 다뤄온 재경부 입장에서는 금융분야의 특성상 규제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규제 50건당 1% 인력감축'식의 잣대를 일괄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재경부의 경제규제 350건 가운데 금융정책국이 관할하는 규제만 272건이다. 또 앞으로 금융위원회가 관할하게 될 금융규제 때문에 재경부가 인력감축 부담을 지는 것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기획처와의 통합은 재경부 실·국장, 과장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만약 기획처와 1대 1 통합이 이뤄진다면 약 2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실·국장, 과장 직함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대국·대과' 체제 도입으로 국·과의 수가 더 줄어드니 경쟁률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세제실, 국제금융국, 경제협력국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획처와 겹치는 업무가 별로 없어서다. 문제는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국고국이다. 당장 기획처 재정전략실의 업무와 상당부분 겹친다. 재정정책, 기획조정, 국가채무 관리 등이 재정전략실의 업무다.
재경부-기획처 통합을 위한 지분 협상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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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직제상 재경부의 정원은 558명. 그러나 재경부에서 금융정책국, 금융정보분석원, 국세심판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이 떨어져 나가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까지 사라지면 정원이 400명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현재 기획처의 정원이 341명이다.
그럼에도 재경부 측은 기획처와의 '1대 1 통합론'에 대해 반감이 크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상 재경부의 업무는 경제정책 수립, 국고, 세제, 외환 등 12가지 항목에 이르는 반면 기획처의 업무는 예산과 재정개혁 정도"라며 "법이 정한 업무범위로 볼 때 기획처와의 1대 1 통합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처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아래 직제에서는 기획처가 공공혁신, 예산 성과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관장토록 돼 있다"며 "그동안 합당한 절차를 거쳐 실질적으로 업무와 인력이 확대된 것을 두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제금융국을 신설 기획재정부에 둔 채 금융정책국만 금융위로 이관되는 것을 놓고도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정책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려면 국내·국제 금융을 두루 경험해봐야 하는데, 이제 금융정책 전문가를 기르기 어려워졌다"며 "적어도 5년 간은 금융위와 적극적으로 인사교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