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주식담보대출 위반 29억과징금

우리銀 주식담보대출 위반 29억과징금

서명훈 이상배 기자
2008.02.20 17:33

금융당국, 은행법 위반 사실 적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 개정 목소리도

우리은행이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은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현행 은행법상 20%를 초과하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것.

하지만 관련 규정이 만들어진 지 너무 오래돼 현실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나치게 엄격해 기업간 인수·합병(M&A)이나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춰 규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해야 하며, 개정 이전에라도 규정 적용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검사에서 주식담보대출 관련 위반사항을 적발, 29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으며, 21일 열리는 금감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A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면서 20%를 담보로 잡고 나머지 부분은 보호예수를 통해 대출을 실행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20%를 초과하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금지한 은행법 38조5항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형식은 보호예수지만 채무를 완전 상환할 때까지 주식을 찾아갈 수 없도록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담보를 제공한 것과 같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주식의 경우 담보가치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하고 있다. 또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서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식 역시 기업들의 가용재원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의 부실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법 정신은 이해하지만 획일적으로 발행주식의 20%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예를 들어 최근 1년간 평균 주가의 일정비율까지만 대출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에 위협이 될 정도까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와 원활한 M&A를 위해서도 관련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면 투자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식의 활용도가 높아지게 되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고 경영권 안정은 물론 자본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기업들이 주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경우 굳이 한 은행에서 많은 금액을 대출받지 말고 여러 은행을 이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여러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며 “20%미만으로 담보를 여러 은행에 제공하는 길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