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작은 사랑 큰 행복..나눔, 플루티스트 용미중 씨
서울 부암동 산책로길의 조그만 한옥집. 토요일 저녁이면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선율이 새어나온다. 때로는 성악가의 고운 노랫소리가 때로는 플룻의 가냘픈 선율이 때로는 피아노의 맑은 음색이 들려오는 이 곳은 'art for life'. 조그마한 음악 연주회를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며 나눔의 삶을 살고 있는 플루티스트 용미중(47) 씨의 보금자리다.

용씨가 아트포라이프의 문을 연 것은 5년 전. 오보이스트인 남편 성필관(54) 씨와 함께 마음껏 연주를 즐기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갖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용씨는 "막연히 내 스튜디오를 갖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서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한다.
"마음껏 음악을 연주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 참 재밌죠. 그런데 여기 말고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많습니다. 전시회도 있고 수많은 음악 연주회도 있고 그런 장소 역시 이 곳 말고도 많죠. 재미있고 유익한 것 외에 이 장소에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즐기는 기쁨 뿐만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진심을 나누고 더불어 남을 돕는 행복까지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도 상통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 예술을 통한 마음의 소통
이 곳에서 이루어지는 나눔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젊은 예술가들의 음악 후원'.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연주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연주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들이 해외에서 음악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후원을 해주는 것이다.
"저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연주자로 산다는 것은 참 힘이 듭니다. 연주회 한번을 하려고 해도 극장 렌트비를 모두 자비로 마련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젊고 재능있는 인재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자 하는 겁니다. 젊은 예술가를 향한 후원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현재 아트포라이프를 통해 후원을 받고 있는 젊은 예술인은 바리톤 성악가 2명. 모두 용씨가 직접 만나보고 선발한 후원자들이다. 그런데 용씨의 후원자 선발 기준이 독특하다. 연주 실력보다 이야기를 나눠보고 판단하는 됨됨이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 모두 해외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할 만큼 좋은 예술가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용씨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연주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기교'에 불과합니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연주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죠. 그러니 연주 실력보다 됨됨이와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소신이기도 합니다. 진심을 담긴 연주를 하는 예술가들이다보니 실력은 자연히 좋을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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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받은 젊은 예술가들이 아트포라이프에서 고정 팬을 얻고 그 팬들로부터 힘을 얻어 더 좋은 연주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다는 용씨. 그러나 더 반가운 일은 좋은 연주자들을 통해 손님들도 조금씩 변해간다는 점이다.
"나눔의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부부가 중점을 두는 분야는 후원 문화입니다. 우리가 젊은 음악가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면 그들은 진심이 담긴 연주로 손님들에게 감동을 전해 줍니다. 음악에 진정한 감동을 받은 손님들에게 '나눔'을 얘기하면 자발적인 후원도 더욱 늘어납니다. 저희에게 오는 후원금 외에도 손님들이 정말 좋은 연주를 들으면 그 연주자에게 후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표시해 오는 경우도 많고요. 예전보다 조금씩 이런 후원 문화가 활발해 지는 것을 보면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곤 하죠."
◆ 행복을 쌓아가는 공간, 아트포라이프

"아트포라이프를 시작하고 나눔의 행복에 중독됐다"는 용씨는 2년 전부터는 아예 시립교향악단에 사표를 제출하고 이곳 운영에만 매달리고 있다. "나눔 활동을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어가는 이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믿었기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보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아트포라이프에서 만난 지인 15명과 함께 '나훔 봉사회'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규모는 작지만 운영위원회, 이사회 등 세부 기관을 갖추어 두고 정기적으로 결산을 보고하며 외부 감사까지 받는 결코 허술하게 운영되는 봉사 단체가 아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전부터 꽤 오랫동안 호스피스로 봉사활동을 해왔었습니다. 10년 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호스피스단체에 찾아간 것이 시작이었지요. 그날 제 옆에서 예배를 보던 할아버지께서 운명을 달리 하셨는데 죽음을 가장 가깝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항상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보살피다보니 어느 순간 '죽음'은 저에게도 항상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아름답게 죽을 수 있기 위해 더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다보니 봉사라는 게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최우선이 되어 있더라고요. 주먹구구식으로 봉사를 하는 것 보다는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갈 필요성이 컸습니다."
나훔 봉사회 설립 이후 용씨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어린이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다. 용씨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지금까지 모두 30여명. 용씨가 직접 각 지역에 마련된 어린이 보호 시설에 공문을 넣은 뒤 가정 형편이 특별히 어려운 아이들로 소개받은 경우다. 아이들의 학용품이나 옷가지를 비롯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고 학업 상담을 해주는 것까지 용씨는 그 아이들의 엄마로서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보살펴주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아이들을 지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돈을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사랑입니다. 아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이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입었을 상처를 치유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을 주면 돈도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사랑하는 내 자식인데 이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돈이 아까울리가 없으니까요."
◆봉사도 교육이 필요하다
음악을 연주하는 플루티스트로 무대에 섰을 때나 아트포라이프의 사장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또 나눔 봉사회의 회장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을 전개할 때에도 늘 '봉사하는 삶'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는 용씨. 그런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이는 다름아닌 남편이다.
"레스토랑 운영도 물론이지만 봉사 활동을 조직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 모든 과정들을 혼자 힘으로는 절대 못 합니다. 모든 것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죠.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고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 해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나누며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에게 가장 감사하죠."
남편의 도움에 힘입어 앞으로도 나누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용씨의 올해 나눔 목표는 두 가지. 먼저 아트포라이프의 회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식지'를 만드는 것과 아트포라이프에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봉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음악을 통해 감동을 받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도 어떻게 실천해야 할 지 몰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눔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분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확고한 봉사 철학을 정립해 주는 일입니다."
'삶을 축제로'. 아트포라이프 간판 옆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글씨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르게 다가온다. 진정 예술을 즐길 줄 알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용미중 씨. 그가 실천하고 있는 나누는 삶이야말로 '삶을 축제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