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벴으니 이젠 심어야죠"

"50년간 벴으니 이젠 심어야죠"

홍천=황국상 기자
2008.03.24 16:35

[인터뷰]중요무형문화제 신응수 대목장..15년 동안 소나무 심어

달콤한 봄비로 촉촉히 젖은 지난 23일, 낙엽내음 가득한 산기슭을 괭이로 파헤친다.

모종 화분을 떠나 독립하는 두살배기 어린 소나무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느닷없이 '깡'하는 소리와 함께 괭이가 땅에서 빠질 줄을 모른다. 흙더미 속에 숨어있는 돌덩어리 틈에 괭이날이 끼었다.

"어이, 기자 양반. 그 돌 빼내면 안 돼. 이런 걸 뚫고 자란 소나무가 단단하게 크거든. 몇 십년 후에 보면 요놈 대단할 거요. 내가 사는 동안엔 그 모습을 못 보겠지만 우리 손주들 때에는 분명 멋질 겁니다."

갓난 아기를 눕히듯 돌 투성이 구덩이에 묘목 뿌리를 내리는 신응수(67·사진) 대목장(大木匠)의 눈빛은 그윽했다. 나무를 베고 깎던 50년 인생이 박인 그의 두툼한 손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이날 신 씨와 경복궁 복원사업에 참가하는 휘하의 목수 50여 명은 소나무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인들의 모임 '솔바람'과 함께 강원 홍천군의 한 산을 찾았다. 우리 소나무 심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내가 그동안 소나무를 베어내기만 했잖아요. 베어낸 만큼이라도 새로 심어야지. 한 15년 전쯤부터 강원도 강릉하고 정선에 소나무를 심어왔어요. 지금까지 한 40만평(약 132ha) 심었을 거예요."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17살 때 사촌 형을 따라 상경해 목수 일을 시작한 신 씨는 고(故) 이광규·조원재 선생 등 고건축물 전문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1975년 수원 장안문 복원사업에서 그는 우두머리 목수, 즉 도편수로서 첫걸음을 뗐다. 직접 전국 산천을 누비며 좋은 소나무를 찾아나선 것도 이 때부터다. 신 씨는 "마음에 드는 소나무를 찾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아쉬워한다.

소나무가 워낙 병충해에 약하다보니 '쓸모없는' 나무로 여겨 마구 베어내기만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신 씨는 소나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당국에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심지어 사유림 소유권자들이 딴 데서 솔잎혹파리가 발생한 사진을 찍어서는 '우리 숲에 병들었다'며 벌채 허가를 내달라고 떼를 써요. 그러면 지방자치단체는 현장 실사도 안하고 그냥 허가를 내주거든. 이런 건 좀 정부가 나서서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요?"

고건축 전문가로서 중요무형문화재 74호로 등록돼 있는 그는 "문화재 복원사업에 쓸 소나무가 모자라서 캐나다 소나무를 수입해서 쓴 지 이미 오래"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지난 1월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쓰려고 소나무를 찾아다녔지만 마음에 쏙 드는 소나무가 없어 신 씨는 마음이 쓰리다. 그래도 그는 애정어린 손길로 묘목을 쓰다듬는다.

"이 나무들이 자라서 목재로 쓸 만할 때면 우리 문화재는 전부 이 소나무들로 지을 수 있을 거예요. 충분하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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