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살리고 2조원 아꼈어요"

"물 살리고 2조원 아꼈어요"

황국상 기자
2008.03.22 14:50

'22일은 세계 물의 날' 국민훈장 수상자 김갑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위원

"하수 파이프만 제대로 정비해도 물과 하천은 살아납니다. 폐수처리장만 제대로 운용해도 엄청난 예산 낭비규모를 확 줄일 수 있죠."

김갑수(59·사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22일 세계 물의날'을 하루 앞둔 21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불량 하수파이프를 개량·교체하고 하수처리 시스템을 효율화한 공로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 1987년 경기 안산·반월 인근의 시화호를 찾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그가 막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배설물 썩은 시커먼 물이 그대로 콸콸 하천으로 쏟아져나왔어요. 하수도를 설치할 때 빗물과 폐수를 분리시켜서 빗물만 하천으로 흘려보내야 하는데, 하수파이프 설치가 엉망이었던 겁니다."

'분류식 관거'란 빗물과 폐수를 분리해, 빗물은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내고 폐수는 처리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경기도 성남과 고양, 경남 창원 등 신시가지는 분류식 관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다.

당시 안산에도 분류관거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공사장 인부들은 빗물용 파이프와 폐수용 파이프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 연결했다. 인부들은 '분류관거'를 몰랐고, 관청은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강물을 전부 퍼올려서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다시 강으로 내보내야 했습니다. 문득 다른 지역은 어떨까 걱정이 되더군요. 아르바이트생 50명을 동원해서 전국 85개 시·읍·면의 10여개 하수처리장 인근을 전부 조사했습니다."

밤을 새가며 계속 강물을 채취,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땅을 파서 하수 파이프가 제대로 연결됐는지도 확인했다. 이후 김 위원은 전국 100여개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다니며 하수 시스템 기본 정비계획 자문을 위해 뛰어다녔다.

2001년엔 서울시가 200만톤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무작정 지으려 했다. 그는 "하수 파이프 설치부터 제대로 하라"며 '절대 반대'를 고집했다.

그는 또 "빗물이나 계곡물 등 자연수는 그냥 한강으로 내보내고 폐수만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1조8000억원의 예산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수처리와 물 전문가로 활약한 지 21년째. 그는 친환경적 하수처리장이 도심 생활공간과 어우러지는 '녹색공원'을 기획 중이다.

"일본은 하수처리장을 도심 호수 공원으로 만들어서 국제 테니스장을 개최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만한 기술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맑은 날 아침, 하수처리장 공원에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정말 멋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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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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