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투자손실 "증권사 30%배상"판결

'루보'투자손실 "증권사 30%배상"판결

원종태 기자
2008.04.29 10:01

서울남부지법, 증거금율 인상 늑장 증권사 과실 인정

주가조작 혐의가 짙은 주식의 미수거래 증거금율 인상을 증권사가 늑장 처리해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면 손실액 일부는 증권사가 대신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미수거래(외상거래)에 따른 투자 손실액 일부를 증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따라 지난해루보와UC아이콜스등 주가조작 종목들의 증거금율 인상이 늦었던 증권사를 통해 미수거래로 주식을 사들여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후속소송이 예상된다.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최근 제11민사부(재판장 박형명)는 지난해 주가조작 종목인 루보를 미수거래로 사들인 뒤 주가가 급락해 1억7000만원 손실을 낸 후 이를 갚지 않은 개인 투자자 A모씨를 상대로 당시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이 제기한 미결제금 채무 상환 소송 선고심에서 A씨는 손실액의 70%만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손실액 30%는 주가조작 혐의가 뚜렷한 해당종목의 증거금율을 뒤늦게 인상한 과실을 인정해 서울증권이 A씨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서울증권이 A씨 이외에 루보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제기한 관련 소송과 우리투자증권이 또다른 루보 개인 투자자에게 제기한 관련 소송 4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증권은 주식거래와 관련한 정보접근성이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전문가로서 루보 주식에 관해 상당히 높은 투자위험이 있음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금율 인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에게 미수금 채무를 부담하게 했으므로 개인투자자에게 손해를 일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씨의 경우 지난해 4월13일 루보주식 520주를 주당 4만8500원에 미수거래로 매수하는 등 같은해 4월17일까지 루보 주식 6167주를 보유했다. 그러나 루보는 A씨가 주식을 최종 매입한 4월17일부터 급락세로 돌변해 5월2일까지 11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서울증권은 4월19일부터 5월7일에 걸쳐 A씨의 보유주식을 반대매매해 미결제금을 충당했지만 나머지 미결제금 1억7000만원을 A씨가 갚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서울증권이 루보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수사 발표(2007년 4월16일) 이후에야 미수거래 증거금율을 40%에서 100%로 올리는 등 개인투자자의 미수거래 위험 노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손실금 일부를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루보에 뒤늦게 투자해 손실을 입은 A씨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손실액 일부를 배상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루보나 UC아이콜스 등 주가조작 연루 종목들에 뒤늦게 미수거래로 투자해 손실을 입고 이를 결제한 투자자들까지도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측 변호를 맡은 지음법률사무소 김설이 변호사는 "증거금율 늑장 인상 등 증권사의 과실이 인정돼 위탁매매계좌를 체결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금 일부를 증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루보 등의 손실금 일부를 결제하지 못해 증권사로부터 관련 소송을 당한 개인 투자자는 물론 이미 손실금을 결제한 투자자들까지도 해당 증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증권사가 루보 미수거래 손실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소송은 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관련 소송이 더욱 불어나며 증권사 대 개인투자자간의 루보 손실금 공방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루보는 지난해 4월 검찰의 주가조작 수사를 받았던 종목으로 당시 4월중순까지 불과 6개월만에 주가가 40배나 오른 뒤 폭락해 미수거래로 막차를 탔던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당했다.

용어정리: 미수거래 증거금율이란? 미수거래는 일종의 외상거래로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투자금 일부를 대출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증거금율이 40%인 종목이라면 총 매입대금의 40%만 보유하고 있으면 미수거래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증거금율은 각 종목별로 40∼100%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루보와 UC아이콜스 등 단기에 주가가 폭등한 위험 종목은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증거금율을 100% 올려 개인 투자자의 미수거래를 막아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