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12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출입기자간 첫 오찬간담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부처 산하기관장들에 대해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을 연달아 했던 차였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전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발언은 곧바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 방침'으로 해석됐고 지경부 산하기관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9일 총선을 전후해 산하기관장들의 대대적인 사표 제출이 이뤄졌다. 정부는 "사표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즈음 한 공기업 대표는 "다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경부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받아놓은 공기업 CEO들의 사표를 한참동안 수리하지 않았다. 사표 수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냐는 질문에 지경부 당국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공기업 CEO들에 대한 물갈이 방침을 시사하고 두 달, 기관장들의 사표 제출이 있고 나서 한 달 넘은 뒤인 지난 13일에야 최종 방침이 발표됐다. 결과는 '일괄 사표 수리'.
앞으로 공기업들은 사장 공모가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개월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공기업 한 직원은 "핑계가 아니고 회사 분위기가 하도 뒤숭숭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전 정부 사람들을 교체하겠다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결정에 시간을 끄는 것은 공기업 경영 효율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민간기업 CEO 출신 대통령이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