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세우려다 검찰 수사까지 받았죠”

“원자력 발전소 세우려다 검찰 수사까지 받았죠”

김지민 기자
2008.06.25 15:37

[인터뷰]이종훈 前한국전력공사 사장

↑ 사진제공 한국전력공사
↑ 사진제공 한국전력공사

‘슈퍼인플레’ 시대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보다 비싸지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멀게 방송과 신문에서 ‘고유가 대책’을 놓고 왈가왈부한다.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원자력’. 원자력 발전의 높은 효율성과 환경적 요인,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 등이 그 이유다.

도대체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한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 였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의 ‘원자력통’으로 불리는 이종훈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만나봤다.

고리1호기 건설 때부터 관여해 프로젝트 매니저, 원자력 건설처장, 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한국전력공사 사장 자리에 까지 오른 이 전 사장은 73년에 원자력에 발을 들여 98년까지 25년 동안 한길을 간 원자력 전문가로 꼽힌다.

#우라늄 1그램으로 석탄 3톤을 만든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고리 1호기 원자력 발전소는 7년여의 진통 끝에 1978년 7월 2일 착공됐다. 이 전 사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숨 쉴 틈 없이 고리 1호기의 착공과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게 된 것은 재미있게도 '우연'이 만든 계기에서였다. 1950년대에 미국 디트로이트 전력회사 직원이 한국에 와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그 직원이 우라늄 1그램을 가져와서 이것으로 석탄 3톤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에 이승만 대통령의 귀가 번쩍 뜨인 것이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본격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립의 ‘첫 삽’은 쉽게 떠지지 않았다. 석유 값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정치적인 이유 등이 고비였던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원자력 발전소 만들기

1968년 당시 원자력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에너지였다. 석유파동이 일어나기 전 석유 값은 비싸지 않았고 그에 비해 발전소 설립 비용이 엄청났기 때문. 이 전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가 건립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과 한전 기술간부들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립의 첫 번째 장애물은 ‘돈’이었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3억달러 정도의 차관을 들여와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이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영국과 계약을 맺었는데 73년도에 1차 석유파동이 났다. 그 때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다.”

그 후 한국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KOPEC)이 설립되면서 국내업체들은 외국과 라이센스를 맺어 설계기술을 공유하고 기자재의 국산화 비율도 높이게 됐다고 한다. 96년 1월에 준공된 영광3ㆍ4호기는 우리 기술로 세운 첫 ‘한국표준형’ 원전이 된다.

“88년에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고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전기가 남아도는데 왜 발전소를 짓느냐고 주변에서 아우성이었다. 그 때 외국과의 원자력 발전소 설립 계약이 파기됐으면 우리나라에는 지금 원자로 설계 기술도 못 들어왔을 것이다.”

#석탄과 기름은 땅에서 나오고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다

그는 환경단체들의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따른 우려에 대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대응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 지금도 매우 안전하고 수십년 안에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안전수위는 올라가게 돼 있다.”

고유가 앞에서는 원자력계 산실인 그도 어쩔 수 없나보다. 그가 말하는 고유가 시대를 이기는 해법은 다름 아닌 ‘에너지를 아껴쓰는 것’.

“자원이 부족한 대표적인 선진국 일본과 프랑스는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이 8000~9000만KW 정도다. 지금 우리나라는 1인당 7000만KW를 쓴다. 고유가 시대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에너지를 아껴 쓰는 개개인의 자세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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