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인재 넘쳐나는 나라

[광화문]인재 넘쳐나는 나라

이기형 기자
2008.08.01 09:26

모두가 전문가다. 무슨 문제든 다들 모두 전문가다. 쇠고기에 대해서도, 독도에 대해서도, 헝클어진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저마다 해법을 내놓는다. 유가, 환율 등 복잡한 경제문제에서도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요즘 자리에 가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질타가 대표적 안줏감이다. '이런 점이 잘못됐다' '저런 점이 잘못됐다' '이렇게 풀어야 한다' '저렇게 풀어야 한다' 각자 내놓는 해법이 천양지차다. 그래도 이 대통령이 문제라는 데 있어 일단 뜻을 같이하면 싸울 일이 없다.

얘길 들어보면 이 대통령보다 못한 사람이 없다. 한승수 총리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인재가 넘쳐나는 나라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모두 노 대통령 때문이었다. 경제가 안좋은 것도, 사고가 나는 것도, 주가가 떨어지는 것도, 교통이 막히는 것도, 무엇을 막론하고 나쁜 것은 노 대통령 때문이었다. 요즘엔 기상청의 예보가 계속 빗나가자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철 지나간 개그 같지만 제법 효력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은 제일 앞에 서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 문제, 저 문제 한나라당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한나라당 후보면 어떤 문제가 있든 상관없이 표를 던졌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많았던 외부전문가(?)들이 정작 실전에 가서는 헤매는 모습이다. 그 전문가들이 왜 저렇게 오합지졸이 된 것일까. 근데 오합지졸이 된 것은 맞는 것일까. 이제 반대로 외부전문가로 나선 사람들을 다시 쓰면 경제문제가 풀리고, 사회가 조용해질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말 안하는 놈이 바보'인 사회가 돼 버렸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웬만하면 알아도 모르는 척 지나가라'고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시절에 대한 반작용이다. 동네 어귀에 골프장이 생기면, 도로가 생기면, 아파트가 생기면 꽹가리를 들고 며칠 나서면 마을회관에 에어컨이 들어오는 시절이다.

악을 쓰면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상대방도 흠이 많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반대만 하면 된다. 대안은 필요 없다. 반대를 하다보면 꼬투리가 잡히게 돼 있다. 그 반대연대가 자꾸 재미를 보다보니 보다 옳은 것과 보다 그른 것으로의 합리적인 접근 자체를 막아버렸다.

얼마 전 TV를 보다 험악하기로 이름난 브리티시오픈에서 수차례 우승했던 우승자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모진 비바람, 항아리 벙커, 위협적인 워터 헤저드 등으로 악명높은 골프대회다. "디오픈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디오픈은 무모한 도전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의 멘트가 뇌리에 박혔다. 정부도 개인도 '대충 치고 쫑보는(요행을 바라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개인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히 아는 일이 중요하다. 할 수도 없는 일에,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무모하게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무모한 도전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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