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 수프 사재기는 이르다

[기자수첩]아직 수프 사재기는 이르다

안정준 기자
2008.10.01 17:36

지난달 29일(미국시간) 미 뉴욕증시가 역사적인 대폭락장세를 연출한 가운데 유독 한 종목만은 꿋꿋함을 과시했다. S&P 500지수가 사상 최대로 급전직하하는 장속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캠벨수프였다. 캠벨이 없었다면 S&P500지수는 이날 전종목이 추락하는 불명예를 안을 뻔했다.

캠벨만의 홀로 선전은 왜 일까. 해답은 통조림 수프의 대명사인 캠벨이 미국인들에게는 우리의 비상식량인 `라면`격인 때문이다. 우리네 사람들은 경제상황이 심각해지거나 안보위기의식이 확산되면 라면을 사재기한다. 장기간 보관하기 쉽고 가격 또한 저렴하니 위기상황을 넘기는 비상용으로 라면만한게 없다. 캠벨도 그렇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난 2001년 9월~11월 동안 캠벨수프는 무려 10% 급등한 바 있다.

요즘 뉴욕 증시에서 캠벨수프 주가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경기 둔화, 주택시장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맨 일반인들이 외식을 줄이고 간편 통조림 수프를 찾는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하여튼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바로미터인 '수프' 가치가 올라가고 있으니, 미국 국민들은 현재 위기를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반 미국민들의 불안 체감도가 이럴진데 미 정치권은 위기감을 증폭시키는데 오히려 앞장섰다. 정부가 마련한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하원 의원들은 `탐욕에 눈먼 월가에 대한 국민적 응징`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제시하지만 기실 11월 총선을 의식한 표밭 가꾸기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인해 뉴욕증시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1조2000억달러가 날아갔다. 이 돈이면 7000억달러짜리 구제를 두번쯤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캠벨수프 주가는 또 올랐지만 미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더욱 얇아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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