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식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후 세계 패권을 거머쥔 미국식 자본주의는 △ 작은 정부 △ 적은 조세 △ 가벼운 규제를 기반으로 한 추진력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미국 경제의 우위가 장기간 지속되자 독자적인 사회복지국가 모델을 추구하던 유럽 각국도 결국 민영화, 세금인하 등 자유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는 세계 번영의 교범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990년대초 냉전의 한 축이던 구소련권마저 사회주의 모델을 버리고 자유주의로 전환하자 미국식 자본주의는 완벽한 승리에 도취됐다.
이로부터 채 20년도 안된 2008년 지금 미국은 자유 방임과 방종에 따른 금융위기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국유화, 규제강화, 정부 자금투입 등 자본주의와는 동떨어진 사회주의 언어들의 물결이 미국 전체를 휩쓸고 있다. 특히 미국식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우던 투자은행의 몰락은 상징적 사건이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에 직면했을때 미국으로 대변되는 국제사회는 금융규제 철폐, 국영기업 민영화, 자본자유화, 노동유연화 등 미국식 자본주의 도입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관료, 경제계, 학계 대부분을 미국통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가 펼치고자 하는 경제분야 청사진은 미국식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그 얼개이다. 지금쯤 우리의 입장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은 아닌지. '우리 몸에 맞는 한국식 자본주의' 추구가 절실한 때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기실 부쩍 규모가 커진 자본시장을 관리하기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작은 정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파생되는 위험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폴 크루그먼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돌아간 것도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