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의 순수함이 그립다

[기자수첩]대학의 순수함이 그립다

최중혁 기자
2008.12.09 09:43

대학가에 '등록금 동결'이라는 흔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칭찬받고 격려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씁쓸함 또한 감추기 어렵다.

바람 부는 시점이 이상하다. 내년 살림살이 결정은 올해 씀씀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 하는 게 맞다. 실제 대학들은 결산을 끝낸 후인 1월, 늦으면 2월에 등록금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 등록금 동결 결정은 이보다 2개월여나 빠른 11월말부터 쏟아졌다.

배경이 궁금해 대학 쪽에 수소문해 보니 지난달 포항서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 얘기를 꺼낸다. 그 날 회의에서 협의회 차원이 아닌 몇몇 총장들 의견으로 등록금 동결 얘기가 처음 흘러 나왔고, 이를 모 언론이 주요 기사로 키우면서 기정사실화됐다는 설명이었다.

그 날 모임은 사학법 폐지 등 사립대 숙원 해결을 성토하는 자리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의 모임인지 헷갈릴 정도로 요구사항이 원초적이었다.

특히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이 제정돼야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등록금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이었다.

결국 '등록금 동결'이라는 카드를 정부에 제시하고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쳇말로 '딜'(Deal)을 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염원인 등록금 인하마저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며 같은 사립대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동안 등록금 인상률이 높았던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대해서는 '쇼', '생색내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등록금을 올릴 때마다 "불가피하다, 어쩔 수 없다"라고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느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귀화인 박노자 선생은 "가장 정치적인 영역(교회, 문단, 대학)들이 늘 정치를 초월했다, 세속을 초월했다 큰소리치는 법"이라며 대학 총장을 조폭 보스에 비유했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