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주주이익 내세우고 남의 탓만 강조.. 선택에 대한 책임 아쉬워
이 기사는 01월30일(14:0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요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딜이 깨진 이후 소송이 유행이다.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동국제강을 필두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한화그룹, 밀레니엄힐튼 호텔 인수에 실패한 강호AMC, 한국리스여신 인수에 실패한 신영기업 등이 잇따라 소송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이 소송을 결심한 이유는 모두 비슷하다. M&A 실패로 몰취당한 입찰보증금이나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동국제강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231억원, 한화그룹은 산업은행에 3150억원, 강호AMC는 싱가포르 개발회사 CDL에 580억원, 신영기업은 한국리스여신에 50억원을 몰취당했다.
몰취당한 과정도 유사하다. 동국제강, 한화그룹, 강호AMC 모두 인수자금 조달에 실패하자 매각자 측에 인수유예나 분할 납부, 잔금 납부기간 연장 등의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요구하다 계약해지와 보증금 몰취를 통보받았다.
몰취당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논리도 거의 같다. 인수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은 본인들의 책임보다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 탓이므로 전액 몰취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보증금 반환을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이유 역시 비슷하다. 가만히 앉아 몰취당할 경우 회사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는 경영진의 '배임 행위'가 된다는 논리다. 주주를 위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소송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포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 기업이 인수를 결정할 때도 '주주를 위해서'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지만 아무튼 주식회사의 경영진이 주주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주주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영진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움을 넘어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M&A에서 입찰보증금이나 계약금은 '독점권'과 '우선권'에 대한 대가다. 경쟁자들을 배제한 상태로 세밀한 실사와 인수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대신 맡기는 돈이다. 인수를 약속하는 최소한의 의지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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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 돈을 함께 포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계약원리의 기본 룰이다. 계약이 깨질 경우 그동안 매각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 독점권 부여로 인해 상실한 매각기회 등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상생활 상거래에서 일반인들도 모두 지키는 이 룰을 이 회사들은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세계 금융위기 탓이지 자기들 탓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 인수에 나섰다면 금융위기를 탓할 이유가 없다. 부족한 자금력을 무시한 채 무리한 차입으로 M&A를 성공하려 한 기업경영진들의 '욕심'이 인수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결국 이들의 M&A 보증금 소송은 주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본인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면피용 전략'에 불과하다.
은행 대출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생각만큼 대출금이 나오지 않아 잔금을 지불하지 못해 계약금을 몰취당했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답을 맞힐 수 있다. 최근의 M&A 보증금 소송이 철없는 아이들의 '떼쓰기' 처럼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