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 성장률 전망 0.3%로 낮춘 이유

한은 올 성장률 전망 0.3%로 낮춘 이유

이학렬 기자
2009.02.05 11:09

< 앵커멘트 >

앵커 : 한국은행이 내부적으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0.3%로 낮췄습니다. 작년 12월에 발표한 2%보다 1.7%포인트나 낮은 것이지만, IMF 며칠 전에 내놓은 -4%보다는 훨씬 낙관적인 전망인데요. 한국 경제에 어떤 어려움이 있길래, 국내외에서 성장률 전망을 이렇게 대폭 낮추고 있는지,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봅니다. 이학렬 기자.

< 리포트 >

기자 : 네. 기획재정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 0.3%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친데,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도 그렇고, 한은도 전망치를 내놓은 지 몇 달 안돼 크게 수정한 셈이죠?

기자 : 네. 한국은행이 내부검토를 거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로 낮췄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공식 전망치가 2%였는데요. 여기서 1.7%포인트 낮아진 수치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전망을 지난달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전에 고쳤는데요. 최근에 더 악화된 경제지표를 반영할 경우 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이 주최한 경영자조찬회 강연에서 "요즘 경제여건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경제전망을 월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 성장률 전망치가 바뀌면 아무래도 물가상승률이나 경상수지에 대한 전망치도 바뀔 수밖에 없을 텐데요.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정된 것이 있나요?

기자 : 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고쳤습니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에서 2.8%로 낮췄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안정됐기 때문인데요. 통계청은 지난 2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둔화되면서 3.7%로 낮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2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줄였습니다. 최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인데요.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8% 줄어들었고, 무역수지도 30억 달러 적자로 한달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도 경상수지 전망을 바꾼 이윱니다.

앵커 :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다시 낮춘 이유는 뭔가요?

기자 : 예. 무엇보다도 경기가 위축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5.6%가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4%가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초 4분기 성장률이 직전분기보다 1.6% 감소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0.7%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각각 4%포인트, 그리고 4.1%포인트나 한국은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온 겁니다.

결국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전격적으로 과천정부청사를 방문해 지식경제부에서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청와대가 아닌 외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올해 1년을 넘기려면 수출이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수출 증대를 독려한 것인데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서 수출이 기대대로 늘어날지 걱정스럽습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 및 유럽 등의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 한국은행이 전망치를 낮춘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텐데요. 한국은행은 공개를 꺼리고 있다죠.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기자 : 네. 우선 한국은행은 수정된 전망치를 오는 4월에 공식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7월과 12월에 경제전망을 발표해왔던 것을 올해는 경제상황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발표 시기를 4월에 한차례 더 늘린 겁니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공식 발표 계획이 있는 만큼 내부 자료까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겁니다.

또 다른 이유로 '0.3%조차 자신할 수 없어서 공개를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경기가 나빠지는 속도를 보면 언제든지 전망치를 더 낮춰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에 발표한 경제전망 수치가 지난달에 발표한 2008년 국내총생산 속보치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에서 지난해 성장률을 3.7%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5%에 불과했습니다. 한달 여 만에 1.2%포인트나 차이가 난 셈입니다. 민간소비는 1.5% 증가를 예상했으나 0.5% 증가에 그쳤고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0.2%,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각각 2%, 2.7% 줄었습니다.

한달 만에 전망치가 이처럼 틀린 것으로 드러나 전망치 공개에 조심스러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요. 시장을 혼란을 준다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 네 맞습니다. 우선 한국은행의 시각이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공개를 꺼리는 이유로 꼽힙니다. 내부적인 검토 안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 시장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금리 조정을 통해 의도한 정책적인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어둡게 보고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볼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요. 시장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도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결정하는데 경제전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 한국은행이 이렇게 전망치를 크게 낮췄는데 정부만 가만히 있기는 힘들 겁니다. 정부 쪽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나요?

기자 : 네. 정부도 현재 3%인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내릴까 하는 건데요.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2기 경제팀이 허황된 희망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은 '이번 달에 1월 통계치 숫자가 나오면 그 숫자를 봐가면서 이번 달이나 다음달 중에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장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장기화되는 상황이어서 성장률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성장률 전망까지 하락하면 경제는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천정부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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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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