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둥둥' 사우나가 '우수미용업체'?

'때가 둥둥' 사우나가 '우수미용업체'?

박창욱 기자
2009.02.13 12:24

[일상속에서]관광 진흥 1회성 이벤트론 이뤄지지 않아

최근 지방에 다녀왔다가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새벽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집에 갔다가 출근하기엔 시간이 좀 모자랐다. 출입처가 있는 명동으로 바로 갔다.

덕분에 업무 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다. 일단 씻어야 해서 근처 사우나에 갔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은 명동 지역이라 사우나엔 일본어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사우나 시설은 매우 낡아 있었다. 청소를 안 했는지 누런 물때도 곳곳에 보였다. 탕 속엔 따뜻한 물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때도 둥둥 떠다녔다. 마치 80년대 동네 목욕탕을 보는 듯 했다.

따뜻한 탕 속에서 심야 버스 여행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고자 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가려 했다. 1회용 면도기가 필요해 카운터에 요청하니, 재활용 한 듯 의심이 드는 2날 면도기를 줬다. 그것도 1000원이나 받았다. 3날 면도기도 500원이면 살 수 있다.

이래저래 불쾌한 기분이었다. 잘못 선택한 스스로를 탓하며 물기를 닦고 나가려는 순간,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우수미용업체'라는 인증서였다. 2001년 한국관광공사가 발급한 것이었다. 눈을 의심했다. 자세히 들여다봤으나 위조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바로 관광공사에 문의했다. 2001년 당시엔 전자문서가 없어서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증서가 발급된 정확한 경위를 알려 달라 부탁했다. 며칠 후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사정은 이랬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 특히 미용 관광붐이 일었다. 그래서 관련 업소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관광공사는 이에 2001년 관련 업체들 가운데서 선별해 '우수미용인증서'를 발급했다고 한다. 앞선 문의의 단초가 됐든 사우나도 당시로선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고.

관광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상 1회성 이벤트 성격으로 발급한 인증서"라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단발성 사업으로 사후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당시 유효기간 등 정해진 법에 따라 정식으로 인증서를 발급한 것이 아니라서 지금에 와서 해당업체에게 인증서를 내리라고 요구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해 '관광 부문 인증'제도를 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각도로 검토해 올해 안으로 기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도 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최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제위기속에서도 나름의 기회인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관광 진흥의 주요한 축인 관광공사가 다시는 헛손질을 휘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한 1회성 이벤트로 발전이 이뤄지는 분야은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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