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청년 뉴스타트 프로젝트' 취업 지원 프로그램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옛말이고 최근에는 이퇴백(이십대에 퇴직해서 백수가 된 사람)이 유행이라고 한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아예 '졸업백수', '실업예정자'로 불리기 시작한 지 오래,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길 막힌다), 토폐인(토익이 만병통치약인 줄 알고 토익만 공부했다가 취업 못한 폐인) 등 우울한 신조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최악의 취업 대란에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두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가 쏟아낸 수많은 대책 중 대표적인 ‘청년 뉴스타트 프로젝트’는 취업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1만명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에서 취업알선까지 취업종합지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1월2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이제 시행 두 달째를 맞이한 청년 뉴스타트 프로젝트의 현장을 찾았다.
◆6개월 이상 실업자 등 대상… 신청기준 꼼꼼히 살펴야
지난 2월17일, 종로구 무교동에 위치한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오후 2시쯤 찾아간 이곳은 앳된 얼굴의 대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1층에 마련된 ‘잡 카페’로 들어가자 ‘뉴스타트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 표지판은 찾기가 힘들었다. 직원에게 문의를 하니 3층 사무실로 가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었다.
3층 사무실에 도착하자 취업지원과 직업진로팀의 민연수 상담원은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요건을 확인하시고요, 저희 사무실로 나와서 신청하면 돼요. 지금 신청하시려면 첫번째 상담 날짜는 언제가 좋으세요?"
그는 "최근에는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늘어서인지 문의전화는 많이 걸려오는데 실제 참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담원이 내준 안내문을 들여다보니 신청대상자는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층(실업급여 수급자 제외) ▲고졸 이하 비진학 미취업자 ▲기타 학교 밖 청소년 및 제대군인 중 고졸 이하자로 명시돼 있었다. 세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 대졸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어야 한다면 아르바이트는 상관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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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6개월 이내에는 아르바이트 경력도 없어야 해요. 취업에 특히 더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거죠.”
고개를 끄덕였지만 선뜻 이해가 가진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당장 수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이 기준이 되레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실업급여 수급자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너무나 ‘까다로운 기준’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현장 취재 후 돌아와 검색해보니 강남고용지원센터에서는 ‘니트족(최근 2년간 일용직·기간제 등의 근로만 한 자 중 상담을 통해 선발 여부 결정)’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신청대상자란에 올라가 있었다. 알아보니 지난 1월16일까지 모집됐던 1기와 달리 20일까지 모집하는 2기에는 신청자격에 변화가 생긴 것.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음에도 상담원으로부터 같은 날 다른 정보를 소개받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할 텐데,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도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1:1 개인 상담…"서비스 효과 만족"
이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1대 1 상담을 전제로 한다. 보다 깊이 있는 상담을 통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프로그램은 모두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4주 동안 6번의 심층 면접을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한다. 자신의 성향이 무엇인지, 어떤 일에 잘 맞는지 등 취업계획서를 수립하는 단계다. 2단계는 개인마다 정해진 취업계획에 따라 필요할 경우, 직업 교육이나 직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게 되고 3단계는 집중적인 취업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30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이중 고용지원센터에서 상담원들이 맡고 있는 것은 바로 1단계. 현재 민 상담원이 맡고 있는 구직자는 20명 정도다.
1대 1로 진행되는 상담은 사적인 문제까지 거론되기 때문에 상담원과 구직자 이외에는 누구도 동석할 수 없는 것이 원칙. 하지만 밖에서 지켜보니 상담분위기가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 듯했다. 벌써 상담원과 꽤 친한 듯 보이는 구직자는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상담에 임했고, 간간히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지난해 서울소재 대학의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잡지기자를 꿈꾸고 있다는 김지수(25ㆍ가명) 양. 모두 6번의 상담 중 네번째 과정까지 거치고 2단계로 인턴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뉴스타트 외에도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봤다는 김양은 “팀별로 진행할 때는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있으니 말 한마디에도 눈치가 보였다”며 “지금은 상담원 선생님도 친언니처럼 대해주시고 내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민 상담원은 김양의 이력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주었다. 예전의 이력서와 이곳에서 상담을 거치며 ‘이력서 컨설팅’을 받은 후 달라진 이력서라고 했다. 기존의 이력서가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이라면, 이력서 컨설팅을 받은 후에는 마치 잡지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김양의 일대기가 흥미진진하게 쓰여져 있었다.
김양은 "막연하게 기자라는 꿈을 꾸다가 이곳에서 상담을 거치며 내 적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잡지기자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게 됐다"며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 금방이라도 취업 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 넘치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들과 만나면 취업 얘기를 가장 많이 하지만 사실 답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며 "여기는 구체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추천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민 상담원은 “상담을 하다 보면 영어만 잘하면 취업이 잘되는 줄 알거나, 소위 ‘명함빨’ 나오는 직업만 쫓는 경우가 많다"며 "보수가 낮으면 자신이 하는 일도 가치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길잡이가 돼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올해는 꼭 취업한다. 파이팅!”, “미치도록 일하고 싶은 모든 이들, 꼭 꿈을 이뤄요!”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1층에 붙어있는 ‘취업 희망 메시지’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