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반도체 치킨게임의 그림자

[S-레터]반도체 치킨게임의 그림자

김동하 기자
2009.03.02 08:31

한국 최대 기업인삼성전자(187,700원 ▼11,700 -5.87%)가 전 세계 반도체 '치킨게임'의 시장의 승자가 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2위 기업인하이닉스(936,000원 ▼71,000 -7.05%)도 미국·대만·독일 업체들과의 피 말리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반도체 업체들간의 투자전쟁이 끝나자 당장 일거리를 걱정해야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입니다.

치킨게임이란 본래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 본래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동차를 몰고 정면으로 질주하다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치킨', 즉 겁쟁이가 되는 게임을 일컫습니다.

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5위 반도체 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을 신청했고, 3위권의 일본 유일의 반도체 업체 엘피다는 매출액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8위권의 대만 프로모스는 당장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의 '진정한 승자'로 시장 30%이상을 장악하면서 수혜를 독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도 파산하지는 않을 것이며, 내년부터는 실적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퇴출, 구조조정, 감산과정이 현실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많은 장비주들의 앞날은 어둡습니다. 지난해 약 5조50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전자와 2조3000억원을 투자했던 하이닉스는 올해는 3월이 됐지만, 투자계획을 꺼내지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연간 사업계획을 세워야하는 장비업체들로선 앞이 캄캄한 상황이죠.

실제 삼성전자 협력사로 검사부품을 생산하는프롬써어티(543원 ▼42 -7.18%)의 경우 벌써 50%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하이닉스와 거래했던주성엔지니어링(71,500원 ▼1,300 -1.79%)은 지난해 5년만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충격적인 실적을 공개했구요.

그러나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장비업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키몬다가 파산을 선고했을 때에도 시장은 한국의 장비업체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재빠르게 옮겨가는 업체들은 비교적 시장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치킨게임은 공급자끼리의 경쟁이었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비록 공급자끼리의 경쟁이 끝나면서 일감이 걱정되지만,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는 기업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또 한 번 발 빠르게 움직여준다면, 시장도 따뜻한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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