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숨겨진 부실있나" 촉각… '불확실성' 선제적 차단
"자본확충펀드 20조원도 아직 남아 있는데 금융안정기금까지…."
정부가 금융안정기금 설치 방침을 밝힌 후 금융기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신들이 파악하지 못한 '뇌관'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큰 파도 밀려오나=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5일 "자본확충펀드도 아직 절반 정도밖에 쓰지 않았는데 공적자금(금융안정기금)을 운운할 시기는 아닌 것같다"며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은행의 손실이 4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여서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외신이 은행의 건전성을 문제삼을 때마다 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국내은행들이 충분한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 상태인데다 자본확충펀드까지 남아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다.
또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는 것 자체는 은행에 나쁠 것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업 등 실물분야의 부실이 은행들 추정보다 더 큰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안정기금은 2차 안전망=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안정기금이 자본확충펀드보다 쓰임새가 더 넓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확충펀드가 1차 안전망이라면 금융안정기금은 2차 안전망이라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12%를 넘는 상황에서 자본확충펀드와 금융안정기금까지 더해지면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만 지원하는 반면 금융안정기금은 은행 외에 금융지주사나 신용카드사 등 전금융권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기금의 장점은 또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대출금 성격이어서 언젠가는 갚아야 할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은 정부가 부실을 떠안는 형태여서 은행들이 보다 자유롭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경영권 간섭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부는 '경영 불간섭'의 원칙을 이미 밝힌 상태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부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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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기금도 '측면 지원'=오는 5월부터 가동되는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은 측면 지원 역할을 한다. 이 기금을 통해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털어낼내고 기업들도 보유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말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경기악화로 부실채권 규모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40조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등에 대한 부담으로 구조조정을 늦출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