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슈퍼 판매 논의 "없던 일로"

감기약 슈퍼 판매 논의 "없던 일로"

여한구.신수영 기자
2009.04.01 07:51

재정부·복지부 추진 중단키로… 선진화 발표 시기도 5월 이후로

 의료시장 규제 완화의 상징으로 부각됐던 일반의약품(OTC)의 슈퍼·편의점 판매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감기약, 소화제 등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반의약품을 약국만이 아닌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주요 과제로도 설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부처 협의 과정에서 일반의약품의 슈퍼·편의점 판매 논의 자체를 중단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간단한 의약품은 외국처럼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판매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의료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주는 방안을 기대했으나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의 슈퍼·편의점 판매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서 아예 제외시켰다는 뜻이다. 이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뜻이 관철된 결과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좌절'이기도 하다.

 윤 장관은 장관 취임 이전부터 의료서비스 시장 확대를 주장하면서 일반의약품 판매 확대의 필요성을 수차례 지론처럼 강조해왔다.

윤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소화제나 감기약 등을 살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팔면) 생산업체 매출이 늘고 내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에도 간단한 의약품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 국민생활 편의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대편에 서 있는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원칙'을 꺾지 못했다. 전 장관은 일반의약품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면 약품 오남용에 따라 국민건강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김성이 전 복지부 장관 시절에는 복지부와 재정부가 일반의약품의 슈퍼·편의점 판매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취임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일반의약품의 슈퍼·편의점 판매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재정부는 일반의약품 판매 확대보다 더 민감한 사안인 영리병원 도입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뜻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에 대해 소비자 접근성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안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게보린 등 해열진통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15세 미만 어린이에게 투약이 금지된 사례에서 보듯 의약품에 대한 쉽고 편리한 접근이 능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TV나 공산품을 사는 것과 의약품을 사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며 "재정부가 말하는 내수진작 역시 국민 약 소비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카스'나 '아스피린'을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