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여의도의 봄, 증시의 봄

[CEO칼럼]여의도의 봄, 증시의 봄

이용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2009.04.07 12:57

올해도 어김없이 필자가 근무하는 여의도에는 완연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어느새 여의도 공원의 잔디밭은 어린 새순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개나리, 진달래가 한껏 꽃잎들을 터뜨리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윤중로에는 인산인해가 될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게 될 것이다. 이처럼 계절을 관리하는 대자연의 이치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여의도는 국회가 자리잡고 있어서 대한민국 정치의 1번지이기도 하지만 한국거래소(구 증권거래소)와 대부분의 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 및 증권관계 기관의 본사와 은행의 본점들이 소재하는 증권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친숙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한 ‘펀드’라는 금융상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발상지가 바로 이곳 여의도인 것이다.

우리나라 펀드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적립식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튼튼하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말미암아 급기야 작년 9~10월에는 글로벌 금융기관마저 도산되는 금융 쓰나미로 말미암아 국내 펀드는 물론이고 해외 펀드마저도 소위 “반토막 펀드”라고 불리우는 크나큰 손실을 입어야만 했다. 많은 금융기법이 발달되면서 미래상황을 예측하고 피해가야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불어 닥친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어찌되었건 자산운용업계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전 세계적으로 매우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에서도 투자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조사 자료가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보고서를 보면, 국내 주식시장 침체에 대한 회복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2009년 안에 회복될 것 같다”는 응답자는 45.6%인데 반해 “2010년 이후가 될 것 같다”는 응답률이 53.9%로 나타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금년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는 상반되는 분석결과도 나왔으니, 회복은 어렵지만 간접투자자의 연간 적정 기대수익률은 25.3%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은 어렵게 보고 있지만 투자비중은 축소하지 않고 현재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53.8%로 나와 손실을 많이 본 상태에서는 환매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투자태도 측면에서도 현실 경제 여건은 명확히 인식하되 희망을 품고 어려움을 극복해 가겠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과연 이러한 투자자들의 바램을 봄기운이 알아차린 것일까? 금년 1분기를 지난 주식시장은 3개월 사이 장중한 때 코스피가 1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조금씩 상승하여 7.3%의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1,124.47이었던 주가지수가 금년 3월말 현재 1,206.26으로 상승했고 4월 들어서는 1300선을 노크하고 있다.

다시 한번 느끼는 바지만 계절의 이치처럼 증권/펀드 투자에도 보이지 않는 원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30여 년간 자산운용업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 수많은 증권시장의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기간을 인내만 해주고 장기투자를 했다면 우량한 주식과 펀드는 투자자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88 올림픽 이후의 침체장, IMF 당시의 폭락, IT버블의 붕괴시, 9.11테러의 공포감, 카드사태의 후유증도 증권시장은 모두 극복해냈다. 지나친 낙관일 수 도 있으나 작년 말의 상황도 먼 훗날에 되돌아보면 결국 치유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 해부터 많은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에 괴로워 불면의 밤을 이루는 업계 CEO와 후배들, 그리고 필자 자신에게 건네주는 잠언이 있다. 바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이는 무책임하게 시간만 지나가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을 희망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향후의 펀드 손실 회복에 보다 이롭다고 보는 것이다. 평정을 되찾고 맑고 바른 생활을 하여야만 지혜가 생기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다시 찾아온 여의도의 새봄에 만물이 소생하듯이 증권가에도 봄기운이 만연하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투자자들이 웃으실 수 있게 상쾌하고 활기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먼동이 트는 이 아침에 노트북을 열고 있다.

불어라 봄바람아! 여의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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