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뷰티산업은 '외화박스'] <1-2>한국은 '아시아 성형허브'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교민 이현아(가명, 여·36세)씨는 얼마 전 성형수술을 위해 경기도 원당에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친구가 2년 전 강남에서 융비술(코 높이는 수술)을 받은 뒤 자신도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하려 별러왔다.
이씨가 원하는 수술은 매부리코를 모아주는 축비술과 보톡스 등 쁘띠 시술이다. 이씨는 "남편이 최근 핸드폰 가게를 정리하면서 약간의 여윳돈이 생겨 성형을 결심했다"며 "미국에서 이미 청담동 일대 성형외과 몇 곳을 점찍어 놓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BK동양성형외과는 10여명의 중국인 의사 손님을 맞았다. 이 병원은 한 달에 1~2회 중국 각지의 성형외과 의사들을 초청해 병원시설 및 수술시설을 둘러보게 하는 등 교육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도 발급한다. 개원 이후 이런 식으로 중국 의사 80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엔 LA 등에 거주하는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화상 콘퍼런스 등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성형 메카다. 해외 교민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곳곳에서 성형 환자가 찾아온다. 환자만이 아니다.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성형의사들이 한수 배움을 청해온다.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인의 손재주 =한국인이 손재주가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뛰어난 손재주는 특히 성형에서 빛을 발한다. 더구나 성형은 의사의 손기술(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된다. 유전적으로 손재주를 타고난 한국인이 그만큼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례로 한국에선 눈 관련 성형수술만 해도 쌍꺼풀 수술부터 눈꺼풀의 미세한 근육을 도려내는 안검 성형술(눈꺼풀 처짐을 없애주는 수술), 눈밑 지방 제거 수술, 눈 밑에 애교살을 만들어 주는 애교수술, 앞트임·뒤트임 수술 등 다양한 수술기법이 발달했다.
◇한국 최고의 두뇌로 꾸려진 의료진=기본적인 손재주에 실력 있는 가장 우수한 인재들까지 더해지며 한국의 성형기술은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 국내에서 어느 대학이든 의대에 들어가려면 자연계 전국 상위 1% 이내에 들어야 한다. 성형외과는 전국 최고의 학력을 가진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상위 10%만이 지원할 수 있다. 성형외과가 의대생들 사이에 최고 인기있는 전공분야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는 뛰어난 고급두뇌만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도 성형외과 개원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원한 성형외과 숫자는 868곳인데 비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원한 성형외과 숫자는 이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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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의료진 실력이 날로 좋아진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 개원의협의회 의사는 "10년 전만해도 일본에 가서 동양적 얼굴을 성형하는 기술을 배우고 왔는데 이젠 우리가 되레 일본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아무나 못하는 아시아인 성형=성형수술에 대한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관점은 화성과 금성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아기자기한 얼굴을 좋아하는 아시아인은 사각턱은 집어넣고 도드라진 광대뼈도 깎길 원한다. 반대로 강한 얼굴을 좋아하는 서양인 시각으로 보면 튀어나온 광대뼈가 미덕이다. 또 아시아인은 코를 높이는 수술을 원하는 반면 서양인은 코를 깎는 수술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유독 잘 되거나 더 나아가 한국밖에는 못하는 성형수술이 있다. 쌍꺼풀 수술과 종아리 수술이다. 네트워크 병원인 노블레스 성형외과(부산)의 최민호 원장은 "종아리 수술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할 수 있다"며 "안 쓰는 종아리 근육을 퇴축시켜 다리 모양을 가름하게 하는 수술인데 흉터도 적고 부작용도 없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류 성형기술에 착한 가격=성형수술 비용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덜 든다는 점도 한국 성형산업의 큰 경쟁력이다. 서울에서는 통상 일본의 60~70% , 미국의 30~50% 비용으로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성형 메카로 떠오르며 해외 환자들이 자주 찾는 부산이나 대구는 서울보다 조금 더 싸다.
일례로 한 일본 정보지에 실린 가슴확대 수술 가격은 할인해서 84만엔(약 1100만원)이다. 부산 성형외과에서는 같은 수술을 550만원에 받을 수 있다. 딱 절반 가격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성형을 의료관광과 접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성형수술 받을 돈이면 한국에 와서 원하던 수술을 최고의 의료진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항공료와 숙박비를 충당하고 관광까지 할 수 있다.

◇한류 열풍도 한몫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류 열풍도 한국의 성형산업을 해외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한국의 여배우처럼 얼굴을 고쳐달라며 서울 강남과 부산의 성형외과를 찾는 해외 환자가 적지 않다.
한류는 송혜교, 김희선 등 특정 여배우가 아닌 '한국 여자가 아시아에서 가장 예쁘다'는 인식으로까지 확산되며 한국이 아시아 미의 표본이 됐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선 한국식 화장법을 싣지 않은 패션잡지가 없을 정도다. 메디컬투어 회사인 CRP의 강범창 대표는 "한국에서 성형한 뒤 '한국 사람 같아 보인다'며 좋아하던 아시아 여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성형기술은 이미 아시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에서 한국 의사는 '성형의 신'으로 불린다. 의료인들끼리 "중국에서 한국 대표 브랜드는 휴대폰이나 차가 아니라 성형"이라고 말할 정도다.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의료진에 천하를 호령하는 미의 집단(한류 스타)까지 한국은 이미 아시아의 성형 허브로 자리 잡을 채비를 모두 갖췄다는 게 국내외 성형 의료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