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
롯데그룹이 '처음처럼'으로 알려진 두산주류를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것은 올 1분기 인수합병(M&A) 중 최대이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성사된 국내 첫 M&A다. 거래금액 5030억원이다. 그런데 이 딜에서 인수자측 단독 주관사로 딜을 성사시킨 곳은 업계 중위권으로 꼽히는 'KB투자증권'이다.

외국계 증권사 혹은 국내 대형증권사에서나 할 수 있는 딜을, 그것도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중위권 증권사가 당당하게 단독으로 해냈다. KB투자증권이 인수자문ㆍ주관은 물론 인수자의 자금 마련까지 서비스했다.
이처럼 KB투자증권은 규모는 작아도 보폭은 큰 대형 증권사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서 투기등급인 'BB+'급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곳도 다름아닌 KB투자증권이다.
KB투자증권의 역사는 지난해 3월 11일 KB금융지주가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20년간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명한 사장이 초대 수장을 맡은 후 불과 일 년만에 전광석화처럼 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가기 위한 기본 대열을 갖췄다. 일하는 기풍도 감성보다는 '프로'라는 코드를 선택했다.
KB투자증권이 두산주류 인수를 위한 단독 주관과 같은 일(?)을 낸 것도 김 사장 취임후 꿈을 야무지게 꾸고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결과다.
KB투자증권을 IB프로 만들기에 여념없는 김 사장을 만나 지난 일 년간 성과의 비결과 앞으로 전략을 들어봤다.
- 올해 초 롯데의 두산 '처음처럼' 인수 자문을 성사시켰습니다. 취임 후 최대 성과인 듯 한데요.
▶ 그동안 3000억원이 넘는 대형 인수합병(M&A) 딜은 외국계가 독점했습니다. 국내 대형 M&A 사적 딜 가운데 국내사가 단독으로 인수자문을 한 건 처음입니다. 지난 해 9월 리먼 사태 이후 첫 M&A인데 그것도 KB투자증권이라는 신설사와 다를 바 없는 중소형 증권사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사실에 대해 부러움(?) 받았지요. IB본부가 만들어진 지 3개월여 만에 의미있는 딜을 성사시켰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 취임 1년을 평가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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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라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 게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먼저 새 기업문화를 흡수하고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소매사업부, IB본부를 신설해 IB를 하는데 기본 대형을 갖췄습니다. 인수 당시 110명이었던 직원수도 264명으로 늘었죠. 회사 대형화 및 신규 시장 진출에 대비해 종합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2008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60% 급증했습니다.
- 채권 인수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달 초 1500억원 규모의 동양메이저 BB+ 등급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습니다. 신용 경색으로 최근에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자금이 들어오지만 회사채는 발행돼도 소화가 안 되는 실정이었죠. 특히 투기등급은 더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800억원을 소화했습니다. 경쟁사들이 몸 사릴 때 시장을 선도하고 시장에 돈이 돌게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채권 인수는 주력사업 중 하나입니다. 1분기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3위에 랭크됐습니다.
- 2013년까지 업계 3위 진입이라는 목표가 아주 원대하게 보입니다. 어떻게 실현할 것입니까.
▶ 2013년 자기자본 3조5000억원, 자산 25조원, 순이익 5000억을 달성하면 국내 톱 3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진입할 것으로 봅니다. 올 3월 3400억원인 자기자본이 10배로 늘어난다는 건데 한 번 가속이 붙으면 그리 큰 일도 아니죠. 은행은 '항공모함' 같아서 천천히 움직이고 한 번 방향을 틀기 힘들죠. 그러나 증권사는 '제트기'처럼 초반 탄력만 받으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해 영업이익이 3.5배로 늘언난 것도 이러한 기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국 1200여개의 KB국민은행 영업망에 힘입어 두 달 반만에 이미 13만개 증권 계좌와 1900여억원의 고객예탁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5만 계좌는 무난히 달성 가능합니다. 별도 증권 계좌 개설없이 월급통장에서 바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러스타 통장'도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 규모의 점프를 위해선 자연 성장만으로 힘들고 M&A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 우리 계획보다 더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저렴하고 확실한 물건이 나오면 인수에 나설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오프라인 지점망과 자산관리 부문이 탄탄한 곳이라면 관심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살펴 본 곳은 없습니다.
- 앞으로 역점을 둘 부문은 무엇입니까.
▶ 주식위탁매매, IB업무 등 지금까지 가능성을 보여준 사업은 더 잘하고 올해 시작한 리테일 업무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IB 업무를 뒷받침할 세일즈앤트레이딩과 리서치쪽도 키워야겠고요.
무엇보다 KB금융그룹 일원으로서 그룹의 브랜드와 지원은 KB투자증권만의 든든한 '백'입니다. 그간 기본 골격을 갖추는 데 바빠서 그룹 시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는데 그룹 브랜드를 이용하는 브랜드 시너지와 계열사와 업무협동을 통한 전략 시너지 등을 적극 발휘해나갈 것입니다.

내년엔 해외 시장에도 나갈 생각입니다. 홍콩 자회사를 어떻게 키울지, 아시아 지역에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중입니다.
- 첫 CF 광고로 '투자 휴머니즘'을 선보였는데 KB투자증권의 성장 전략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또 KB투자증권이 지향하는 문화랄까요, 이미지랄까 그런게 있습니까.
▶ '투자 휴머니즘'은 간단히 말해 고객을 가족 같이 여기고 고객의 돈을 신뢰있게 투자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투자를 숫자와 분석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투자자,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다고 KB투자증권이 그저 '부드럽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순환 보직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직원 개개인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서 경쟁력을 갖추게 할 생각입니다. 프로가 돼야하고 프로답게 움직여야한다는 것입니다.'인간적인 프로'(Humanistic Professional) '매너좋은 프로'가 모토이고 일하는 기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