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화재, 어깨를 펴라

[기자수첩]삼성화재, 어깨를 펴라

김성희 기자
2009.05.13 09:30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잘됐을 때 진심으로 박수쳐주는 것은 정녕 힘든 일일까.

반대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은 겸손의 미덕을 익히라는 말이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보기좋은 것은 아니다.

손보업계 부동의 1위삼성화재(464,000원 ▼19,000 -3.93%)는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도 드러내놓고 좋아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임에도 왜 그랬을까.

삼성화재가 공식적으로 실적발표회를 연 지난 8일. 지대섭 사장은 "전년보다 25.6% 늘어난 59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만 발표했을 뿐 '사상 최대이익'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홍보부서도 마찬가지. 삼성화재는 이날 실적발표회에 앞서 오후 3시 공시를 통해 먼저 실적을 공개했다. IR팀에서 자료를 받아 기자들에게 전달한 홍보부서는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워했다. 한 홍보담당자는 기자에게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유는 한마디로 '튀기' 때문이다. 형님격인 회사보다 더 잘하다보니 그룹 내에서도 눈치를 보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고, 최대이익을 냈으니 보험료를 내리라는 압력에도 시달리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실적이 나쁜 것이 당연한데 뭔가 수상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삼성화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대이익을 거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당수 손보사가 손실을 낸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삼성화재는 단 1건도 취급하지 않았다. 물론 선견지명이 있어서는 아니다. 위험자산을 최대한 피하고 안전하게 운용한다는 보수적인 자산운용전략이 어려울 때 빛을 발한 것이다. 삼성화재는 자율 주식과 건설사, 제2금융권, 부채담보부채권(CDO) 등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위험자산비중을 2007년 2.7%에서 2008년엔 2.2%로 더욱 최소화 했다.

일각에선 삼성화재처럼 자산운용을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화재 투자수익률이 여전히 4%대(4.9%)에 머물러 있는 것을 꼬집는 사람들도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삼성화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조명받아 마땅하다. 잘 한 회사엔 박수를 보내주고 못한 회사엔 질책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잘하고도 눈치 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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