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최강자 부상… 계약 '독식' 부작용 우려도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월가 대형 은행들이 몰락하거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덕에 월가의 새로운 스타로 자리를 굳힌 곳도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전에는 월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 미 정부 자문 '독식'..."자산평가 능력 탁월" 정평

21년전 방 하나에서 시작한 블랙록은 현재 1조3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직원은 6000명이며 주고객은 헤지펀드나 외국의 국부 펀드. 블랙록의 설립자이자 회장은 로렌스 D 핑크이다.
핑크 회장은 퍼스트 보스턴 은행 이사로 재직당시 모기지 자산 담보증권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메릴린치 자산운용(MLIM)과 합병했으며 현재는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지분 47%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블랙록이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에 자문사 및 계약당사자로 선정되면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은 미 정부가 베어스턴스 AIG 씨티그룹 등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금융회사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자문사로 선정됐다. 또 연방 준비 제도이사회(FRB)의 모기지 금융시장 정상화 작업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았고,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 맥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계약도 따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은행 부실자산 매각을 위해 마련된 재무부의 민관투자프로그램(PPIP)에서도 블랙록이 자산인수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블랙록이 발군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간 탁월한 자산평가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매매 자문능력으로 정평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록의 자회사인 블랙록 솔류션스는 정교한 평가 프로그램으로 모기지 관련 증권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의 현재 및 미래가치를 평가하는데 독보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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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회장은 공식 계약 외에도 재무부 고위관리들과 수시로 통화하며 비공식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이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베어스턴스가 보유하고 있던 모기지 관련 자산을 관리하는 계약의 경우 블랙록을 포함한 5개 운용사가 3년간 7100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와중에도 50억달러의 매출에 7억86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주가는 지난해 33% 급락했지만 다른 금융사에 비하면 월등한 성적이다.
◇ '이해상충' 우려 확산
이처럼 블랙록이 정부의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굵직한 계약들을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월가와 워싱턴 정가 및 시민단체에서는 블랙록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부 자문기관, 연방정부의 금융프로젝트 하청기관, 그리고 민간 자산운용사로서의 이해가 궁극적으로는 상충될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입장에서 매각 대상 부실 자산가치를 평가하고 가격을 매기는 회사가 한편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해당 자산을 매입하게 된다면 자산가치를 헐값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길수 밖에 없다.
또 정부정책에 따라 자신들의 고객이 천문학적인 이득이나 손실을 보게 될게 뻔한데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부를 자문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미 언론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 찰스 그래슬리는 "블랙록은 정부의 자산매각 시기나 가격 등 내부 정보를 알고 있고, 동시에 전세계 투자자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해상충 위험이 매우 크지만, 이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 미 정부 "신중"...블랙록 "미 경제 벼랑끝서 꺼내"
미 정부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 점차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앤드류 윌리엄스 미 재무부 대변인은 "블랙록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며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정부에서 재무장관 수석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윌킨슨은 핑크 블랙록 회장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때 기꺼이 나라에 도움을 줬다"는 것.
핑크 회장 역시 "블랙록이 미국 경제를 벼랑끝에서 끌어내는데 도움을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부의 비판을 일축했다.
블랙록측은 블랙록 솔류션과 자산운용부문은 별도의 건물에서 일하고 별도의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이해상충으로 인한 문제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