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대학시절의 기억으로 막걸리는 그렇게 ‘맛있는’ 술이 아니었다. 때로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 기분 좋게 들이켜도 막걸리 특유의 강한 냄새 때문에 버스를 타는 게 부담스러웠다. 혀끝에서 묻어나는 텁텁한 맛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고생스러운 것은 다음날이었다. 머리가 아픈 것은 둘째 치고 속병으로 몸져 눕기 일쑤였다.
삼국시대부터 기나긴 우리 역사를 보듬어 온 것을 보면 분명 ‘유서깊은 술’인데 언제부터 이토록 ‘맛 없는 술’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야기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막걸리는 조선시대만 해도 지역마다, 또 애주가들의 취향마다 종류만 몇백가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하나로 사실상 금주령이나 다름없던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소리 없이 사그러들고 말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맑고 부드러웠던 고유의 막걸리의 맛마저 함께 잃어버린 것이다. “맛이 없으니까 안 마시지”라고 쉽게만 생각했던 막걸리 한사발에 숨어있는 우리의 아픈 역사다.
그 막걸리가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와인 못지 않은 고운 색감을 자랑하는 칵테일 막걸리에서부터 친환경 유기농 쌀로 만든 고급 탁주까지 선을 뵀다. 막걸리는 ‘아저씨 술’이라는 편견도 깼다. 아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칵테일 바’ 같은 막걸리 전문점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듯 막걸리를 홀짝거리는 요즘이다. '냄새가 독하고 머리 아픈 술'이라는 오명도 막걸리의 고급화를 통해 점차 씻어내고 있는 중이다.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상업적인 계산이 포함된 움직임일지라 하더라도 이런 시도들이 반갑다. 막걸리를 되살리려는 '시장'을 넘어 우리의 ‘문화’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 한까치의 담배와 막걸리 한사발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천상병 시인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막걸리 한사발이 얼마나 꿀맛 같길래 그런 표현을 남겼을까. 천 시인이 맛보았던 그 달콤한 막걸리의 맛을 머지않아 우리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