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지난 주말,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에 있는 록펠러 대 총장관저에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미국의 최고 부자 10여명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재산이 자그만치 149조원, 기부액이 90조원에 이르는 부의 아이콘들. 이들 선한 사마리아인들은 이 자리에서 5시간 동안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빈곤층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물자, 장학금 등 자선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불황 속에서 사회지도층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뇌하는 자리였다고 전해집니다.
부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이 자리에 모인 부자들 대부분은 부시 행정부 시절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던 사람들입니다. 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실천한 부자들인 것입니다.
솔직이 외국의 이런 선한 부자들을 보면 참 부럽기만 합니다. 나눔의 마음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함께 하는 공동체 사회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지도층이 솔선해서 보여 주고 있지요.
부자들의 뉴욕 비밀회동이 보도된 같은 날, 서울에선 전경련 회장단 회의 내용도 보도됐습니다.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는 아시다시피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재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립니다. 이 날도 경제위기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고 성급한 기업구조조정을 자제하고 환율을 안정시켜 줄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아졌습니다.
저는 서울과 뉴욕의 두 모임을 대비하면서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날 나온 다른 소식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분석 결과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0.325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빈부 격차가 최악의 상황이란 뜻으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빈곤층의 삶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일선 기자시절로 돌아가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기사를 써 보는 겁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들이 자리를 같이하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 모임에서는 고실업과 서민들의 생활고를 걱정하는 기업 총수들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총수들의 다짐은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한다는 선에 머물지 않았다.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과는 별도로 총수들이 빈곤층 지원을 위한 자선재단에 공동 출연하기로 했으며 대기업 임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다면 재계는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을 것 같습니다.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도 있구요. 사실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사재 출연은 대부분 부정적인 사건들의 후속조치로 취해져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 큰 사건의 하나로만 받아들여진 것이죠.
독자들의 PICK!
여기에서 18세기 말 영국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봅니다. 윌리엄 윌버포스라는 하원의원이 주인공입니다. 당시 영국은 비인간적인 노예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있었는데 윌버포스는 노예무역을 중단할 것을 영국사회에 호소합니다. 사회적 비난과 위협이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아마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조롱도 쏟아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행보를 계속해 마침내 1807년 노예무역 금지법을 통과시킵니다.
당시 사회의 최상류층이던 하원의원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노예 문제 해결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노예무역이라는 사회적 구조악을 해결한 이 일.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벵갈의 성자 라마크리슈나는 말합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눔은 그 행위를 한 사람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지요.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자신도 행복해지는 이 일. 한국부자들의 서울 비밀회동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