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도입 12년 만에 긴급구호 물류망 본격 가동...신속한 지원 효과 기대
페덱스,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사도 재난 지원 시스템 운용

쿠팡이 전국 로켓배송 물류망을 활용한 긴급 구호 시스템을 마련했다.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을 12년 만에 물류 기능 외에 국가 재난 극복 분야에 활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6조원 이상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구축한 100개 물류센터가 산불, 홍수, 태풍 등 대형 국가 재난 발생 시 이재민 지원과 신속한 복구를 지원하는 인프라로 거듭나게 됐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부터 세종 풀필먼트센터를 거점으로 '긴급구호 쿠팡희망박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권까지 접근성이 모두 우수한 세종을 중심으로 한 로켓배송 물류망 체계를 활용해 각지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구호물품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차렵이불, 베개, 수건, 매트리스, 세먼 파우치 등 10종으로 구성한 긴급 구호 물품도 2500세트를 마련했다. 이재민들이 초기 대피소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부피와 운송 부담으로 지원이 쉽지 않았던 침구류까지 포함시킨 게 특징이다. 재난 규모와 기간 등을 고려해 부족한 구호 물품은 신속하게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재난구호 전문 단체인 피스윈즈코리아가 현장에서 쿠팡 구호물품을 인수해 임시 대피소에 체류하는 이재민에게 전달하는 구조로 운영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산불이나 집중호우, 가뭄 피해 등이 발생하면 지자체에서 체육관이나 관공서, 마을회관 등을 임시 주거시설로 지정하고 구호 물품을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호물품의 분류·포장·운송을 처리하기 위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고 관련 물류망이 미비해 신속한 지원이 어려웠다. 전국 곳곳에 신속배송 시스템을 갖춘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는 게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현장 운영 차질 등으로 구호물품 전달이 늦는데다 이재민들이 당장 자고 씻는데 필요한 물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재난을 지원하는 민간기업이 많지만, 전국 물류망을 구축한 쿠팡이 재난 발생 즉시 '전국 어디든 즉시 배송' 체계를 갖춘 것은 국가 어려움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종 풀필먼트센터를 방문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고객 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로켓배송 시스템을 재난과 재해 긴급 구호에 적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재난 현장 어려움을 해결하고 이재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운용 중이다. 이런 인프라는 특히 동시다발적인 재난 지원 상화에서 활용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광역시·울산·창원·제주도 등 거점 풀필먼트센터 뿐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구감소지역 주요 지방 소도시와 읍면 지역에 촘촘히 '라스트 마일'(최종 배송) 물류 체계를 갖춘 게 강점이다. 쿠팡은 현재 전국 180개 이상 시군구(새벽배송은 170개 이상)에 즉시 익일까지 배송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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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이처럼 회사 급성장의 원동력인 로켓배송 물류망을 사회 기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해 말 촉발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이후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고, 대립각을 세웠던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글로벌 유통·물류기업들도 오래 전부터 한 국가 전역에 구축한 유통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재난을 지원해왔다.
미국 월마트는 전국 물류 유통망을 활용해 허리케인 등 대규모 재난 사태에서 생수와 건전지, 식료품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자사 유통시설을 구호지원 거점으로 이용한다. 글로벌 택배사 DHL은 지난 2005년부터 UN과 함께 쓰나미와 지진, 허리케인이 발생할 경우 자체 공항 물류시설과 물류창고, 현장 배송 등 인력을 투입해 지원한다. 페덱스는 항공 화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료품·구호키트를 긴급 수송하고, 아마존도 디재스터 릴리프(Disaster Relief)란 재난 극복 프로그램으로 자사 물류 네트워크를 이용해 구호물자를 현장에 긴급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재난을 지원하는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보다 글로벌 유통·물류기업들이 더 빨리 재난 현장을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간기업의 재난 대응과 지원 수준이 높다.
전문가들도 이번 쿠팡의 결정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단순한 유통 서비스를 넘어 재난 대응과 긴급구호까지 가능한 사회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기후재난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시대에, 전국 물류망과 빠른 배송 역량을 갖춘 민간 인프라의 공공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