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세상이 '하우스(도박장)'가 돼 가는 느낌입니다. 몇 년에 걸쳐 조금이나마 지워 놓았던 '바다이야기' 이미지가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대형 포털과 게임사들이 고스톱·포커(고포류) 게임의 비중을 늘리는 모습을 보며 게임업계 관계자가 던진 한마디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엔씨소프트 등 굴지의 국내업체들이 다시금 사행성 게임을 기웃거리는 광경이 그는 영 씁쓸한 모양이다.
'아이온' 등을 해외에서 히트시키고 '사상 최고' 실적들을 줄줄이 쏟아내며 '불황속 호황'을 구가한 게임업계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측면들도 있다. 고포류 게임의 전례없는 호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황으로 광고매출 격감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 NHN이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인 3224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한게임의 약진에 따른 것이다. 올 1분기 한게임 매출액 1164억원 가운데 고포류 중심의 '웹보드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88%. 이렇다할 신작게임이 없는데도 고포류 게임매출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한게임의 약진은 관련업계의 '롤 모델'로 평가되면서 이를 뒤쫒아가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다. 포털 2위업체인 다음은 1일 '게임을 강화하겠다'며 웹보드 게임종류를 15개에서 25개로 늘렸다. 현재 '베스트게임' 5위까지가 모두 고포류 게임이다.
심지어는 고포류 게임을 비난하던 회사들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고 있다. '아이온' 개발사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게임물등급위원회에 화투 게임 '타짜 섯다'의 등급심의를 신청해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이 회사의 김택진 대표는 지난해 "사행성이 강한 웹보드게임의 사업모델이 창의성이 강조되는 게임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포털업체를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대형업체들의 잇따른 고포류 게임 강화가 당장의 수익 창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업계에 몰아친 '규제 광풍'을 벌써 잊었느냐"며 "다른 게임 만들어도 돈 벌 수 있는데, 굳이 부메랑 맞을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