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칼럼]청계광장
은퇴한 우체국 직원 에드워드 조던은 꿈에 그리던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는 1975년 집을 산 이래 30년 만기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를 꼬박꼬박 갚아왔다. 그 집이 빚 한푼 없는 온전한 자신의 소유가 되는 데는 몇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 모기지 브로커(중개업자)가 접근했다. 이자를 너무 많이 내고 있다며, 연리 1%의 대출을 소개해주었다. 워낙 싼 이자에 혹한 조던은 수수료로 2만달러(약 2500만원)나 내고 대출을 갈아탔다. 몇년이 지나 그가 맞은 상황은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월 납부액이 크게 늘어 자신의 연금액을 앞질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집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 1%였던 대출 이자가 무려 9.9%까지 뛰었기 때문이었다. 대출을 갈아탈 때 조던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 사례는 Charles Morris,<The Trillion Dollar Meltdown>에서 인용).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위기의 시발점은 이런 식의 미끼 금리였다. 금융회사들이 대출 후 3년까지는 무이자거나 3% 이내의 아주 낮은 이자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혹해 너도나도 대출을 받았다. 대출 브로커들 역시 돈을 벌 요량으로, 집을 살 사람이나 이미 산 사람을 열심히 설득했다. 그런데 이런 대출의 금리가 나중에 10% 가까이까지 뛰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이자 혹은 저리(低利)라는 조건은 미끼에 불과한 것이었다.
우리의 경우 금융회사의 미끼 금리는 규제를 받는다. 대부업체와 같은 비제도권 금융회사들만 예외다. 그런데 우리 금융회사들은 요즘 간접적인 방식의 미끼 금리를 활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개한 고시(告示) 금리는 굉장히 낮다. 이것만 보면 대출을 받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출 받을 때 적용되는 실제 금리는 이와 다르다. 최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보통 3% 안팎의 이자를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이 금리는 거뜬히 5%를 넘어선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이런 유인책을 이용해 다시 가계와 개인 대출에 치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상황이 벌써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은 구조조정 중이고 중소기업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금융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경기는 바닥을 쳤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회사들로서는 돈을 빌려줄 곳이 가계와 개인밖에는 없다. 개인 역시 대출의 유혹을 느낄 만한 처지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계 대출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우리 금융회사들이 국회에 제출한 대출 관행을 보면, 위기 전의 미국과 판박이다. 미끼 금리의 유혹뿐만 아니라 대출 브로커들이 활개 치는 것 역시 비슷하다.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 시 이들은 무려 10~30%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금리는 앞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벌써 5달째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압력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그렇다.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금리가 급격히 뛰고 있다. 이는 시장 실세 금리를 올려놓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경기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물가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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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조만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우리 가계와 개인의 빚 상황은 어떤가? 사상 최대 규모인 680조원에 달하는 데다 상환 능력도 문제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미국에 비해 훨씬 높다. 금융회사는 싼 이자로 개인들을 유혹할 때가 아니다. 개인은 창구에 붙은 싼 이자에 혹해 빚을 늘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