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청계광장/ 긍정적 착각의 악순환 벗어나야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서 매물의 1/3 정도는 판매자가 정한 최저가격에 구매하려는 사람이 없어 팔리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경매시장이 자유시장이라면 모든 물건이 적정가격을 형성하고 거래가 성사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주택시장에서도 높은 호가로 인해 팔리지 않는 매물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물건에 대해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이미 매진된 매우 인기 있는 프로경기의 입장권에 대해 소유자 입장과 구매자 입장에서 각각 가격을 매겨 보라고 했다. 결과는 매도호가가 구매호가에 비해 6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소유자가 자기가 가진 것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려는 소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도시점이 이미 지났는데도 움켜쥐고 있는 경우가 주식이나 주택시장에서 흔히 발생한다.
반대로 구매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매수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판매자들이 높은 가격을 매기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정한 심리적 최저가격까지 떨어질 것을 막연히 기다리기 때문이다.
양자 모두 ‘긍정적 착각’을 하고 있다가 결국 거래가 깨진다. 판매자는 자신이 가진 것이 가치가 높다는 착각, 구매자는 자신의 예상가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 착각은 현실의 역경을 이겨내는 심리적 처방으로 권장되지만, 종종 파국에 이르는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최초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많은 결정을 하게 하여 결국 파멸로 치닫는 것이다.
이러한 확전 경향은 각종 협상 테이블, 특히 노사협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카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기보다는 좋게 보려는 경향이 집단에 만연하게 되면 점점 상대와의 협상 여지는 줄어들고 강성의견이 득세하게 된다. 집단사고가 팽배해지고 협상은 전투가 된다. 이런 경향은 노측이든 사측이든 다 같이 발생할 수 있다.
의견의 표현방식 역시 상대로 하여금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2001년 가을에 미국 부시 행정부는 소비촉진과 경기회복을 위해 소득에 따라 수백달러의 돈을 납세자들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의도한대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결과 이 돈을 보너스가 아닌 세금환급금이라고 표현한 것이 소비를 위축시켰다고 한다. 보너스는 쉽게 소비할 수 있지만 환급금은 내가 낸 돈을 돌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쉽게 소비하지 않는다. 같은 것이지만 표현에 따라 마음상태가 달라지고 의사결정이 달라진다.
긍정적 착각은 비극적인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를 만들기도 하고 심리적 건강에도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위주의 긍정의 힘만 일방적으로 외치면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가진 것의 진정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인 정보 파악이 선행될 때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나 협상이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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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청이다. 상대뿐 아니라 내부의 쓴소리, 반대파의 의견, 제3자의 의견을 듣는 열린 귀와 마음이 필요하다. 최초의 결정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버릴 것을 버려야 한다. 상대가 있는 협상은 상대를 고려한 표현이 필요하다. 긍정적 착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긍정의 힘의 선순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