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테크, 감당할 만큼만

[기자수첩]재테크, 감당할 만큼만

김부원 기자
2009.08.13 11:34

[머니위크]

1996년 1월 지방의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6주 동안 훈련받을 때의 일이다. 입소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소대별로 훈련병들이 집합했고, 그들 앞에 정장 차림의 남자 몇명이 있었다. 모 은행에서 나온 직원들이었다.

이 직원들은 훈련병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돌린 후 현역으로 26개월 간 군생활을 하면서 적금을 들면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군 제대 후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당장 쓸 돈은 없고 군복무까지 마친 아들이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지해선 되겠냐는 논리다.

따라서 군복무 중 매달 나오는 봉급에서 1만원가량이라도 착실히 적금을 부으면 제대 후 얼마나 뿌듯하겠냐며 훈련병들을 설득했다. 갓 20살이 넘어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청년들, 특히 군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훈련병들에겐 그럴싸한 재테크 강의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 현역 군인이 군 복무 중 봉급을 아껴 적금을 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많은 훈련병들이 적금에 가입했지만, 그 적금은 고스란히 가족들의 부담으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도박이나 투기가 아니라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만 하는 적금이니 나쁠 것은 없다. 은행 직원의 말대로, 또는 자신의 계획대로 적금을 꾸준히 붓는다면 오히려 좋을 것이다.

다만 나름대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또는 은행 직원의 설득과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시작한 재테크를 본인이 부담하고 책임질 수 있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2009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기존 재테크 자금을 모두 주식에 쏟아 붓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펀드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돌아서고 있다지만 대형주와 중국 등과 관련한 펀드 수익률이 계속 치솟다보면 2007년 불었던 '펀드 열풍'이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증시가 반등하다보면 잠시 조정세를 보이듯 투자자들도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왜 재테크를 하는지, 그리고 분명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봤으면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