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밀값 급락, 밀가루 가격 인하 요인 충분"
"설탕보다 밀가루를 잡아야 한다" 최근 물가당국의 관심사가 집약된 말이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이 28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설탕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주장해 왔다.
설탕 뿐만 아니라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 설탕을 재료로 쓰는 제품들이 대부분 서민생활 안정과 관련된 이른바 ‘MB물가품목’으로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속앓이를 해왔지만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탕업계가 이같은 논리를 내세워 정부에 가격인상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설탕 가격보다 밀가루 가격이다.
빵, 과자,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의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원당가격이 오른 설탕의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것보다 원재료인 소맥 가격이 떨어진 밀가루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말 뉴욕 국제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원당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1파운드당 1.01센트(5.1%) 급등한 20.81센트를 기록했다. 설탕값이 1파운드당 20센트를 넘은 것은 1981년 4월 이후 28년만에 처음이다.
설탕업계가 가격을 15% 올렸던 지난해 11월 원당가는 파운드당 11센트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18센트로 60% 이상 상승한 데 이어 8월 들어서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이는 인도와 브라질 지역에서의 기후 악화에 따라 생산 부족이 계속 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설탕업계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춰 왔다. 정부는 7월 통관가격을 볼 때 설탕가격이 별다른 변동이 없었지만 8월 통관가격이 오른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라면, 자장면, 과자, 빵 등의 원재료로 쓰이며 설탕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밀가루에 대해서는 오히려 가격 인하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제분업체들이 국제시장에서 밀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밀가루 가격을 7~15% 내렸지만 이후로도 밀 가격이 급락해 추가적인 인하 요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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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소맥 가격은 지난해 7월 톤당 311달러에서 지난달 203달러로 내려 앉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밀의 통관가격이 1년새 18%나 하락하는 등 인하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CJ,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1분기의 환차손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꺼리고 있지만 정부는 3월 이후 환율이 하락하는 등 환차손 요인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의 주장대로 누적된 환차손을 감안한다고 해도 최소 한자릿수 정도는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밀가루 가격의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정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맥 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올해 4분기 중에는 밀가루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심 등 라면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